[평양 밖 북한] 북한 내부의 어려움을 자인한 김정은: 세기적인 낙후성의 대명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일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에서 ‘가정과 사회 앞에 지닌 어머니의 본분에 대하여’를 주제로 연설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5일 보도했다. 11년 만에 열린 어머니대회는 3일 개막해 4일 폐막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12월 3일 평양에서는 제4차 어머니대회가 개최되었다. 김정은은 개회사는 물론 연설까지 하며 대회 의미를 부각했다. 지난 2012년 4차 어머니 대회 이후 11년 만에 개최된 이번 대회는 체제결속과 사상강화를 위한 목적이 두드러졌다. 무엇보다 북한에서 새세대라 불리는 청년들의 사상이완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가정에서부터 해결하자는 논의가 주를 이루었다. 대회장에 내걸린 ‘모든 여성들은 참다운 공산주의 어머니가 되자’라는 대형 구호는 이번 대회의 성격을 잘 말해준다. 실제로 김정은은 연설에서 “어머니가 공산주의자가 되지 않고서는 아들딸을 공산주의자로 키울 수 없으며 가정을 혁명화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청년들의 사상이완에 대한 내용은 “사회적으로 이색적인 현상들과의 투쟁을 강화하고 있는데 어머니들이 적극 합세하여 그런 현상을 완전히 소거할 수 있다”라는 말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어머니들이 자식들에게 별난 옷을 입히는 것’을 문제 삼으며 비사회주의 행위에 대한 통제를 강조했다. 한마디로 이번 대회는 청년교양보장법을 통한 공식적 통제와 함께 가정에서 어머니들을 통한 비공식 영역의 통제를 강화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 김정은이 한 연설 중 유독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바로 “수도 시민들의 생활용수와 땔감 문제, 대중교통 운수와 승강기, 난방 보장 문제를 먼저 해결하면서 그 경험에 토대하여 지방도시들의 생활용수 문제를 비롯한 필수적인 생활상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한다”라는 부분이다. 문맥상 그대로 이해하면 수도인 평양에서조차 땔감, 전기, 난방, 생활용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다는 점을 말해준다.

필자는 얼마 전 <북한인권, 사진으로 외치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북중 국경에서 압록강과 두만강 건너 보이는 북한 주민의 생활상을 담은 사진으로 구성되었다. 이 책을 보고 혹자는 북중 국경에 위치한 시골 마을이기 때문에 열악한 생활을 하지, 실제 다른 지역은 저 정도까지는 아닐 것이라는 주장을 한다. 영하 30도의 추위에 압록강에서 빨래하는 여성, 우물에서 물을 떠가는 모습, 소달구지에 짐을 싣고 가는 모습, 나무를 다 베어내고 밭을 경작한 산 등의 실상이 비단 북중 국경 시골 마을에 한정된 현상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에 대해 탈북민들의 증언은 전혀 다르다. ‘그나마 압록강과 두만강을 끼고 있어 생활용수를 해결할 수 있고, 중국과 접해있기 때문에 밀수를 통해 생필품을 구할 수 있어 살림살이가 안쪽(북한 내륙)보다는 훨씬 좋다’고 증언한다. 이러한 탈북민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북한을 그저 미화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실상을 제대로 보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어머니대회에서 김정은이 한 연설을 보면 북한이 얼마나 열악한 생활을 하는지, 경제적으로 어려운지를 김정은이 자인하고 있다. 심지어 ‘세기적인 낙후성의 대명사로 되어있던 농촌’이라는 표현까지 있다. 아마 지금의 북한 상황을 이보다 더 적나라하게 나타낸 표현은 없을 듯하다. 그런 북한이 실제로 주민들의 식량난이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보다는 정찰위성과 미사일 발사 등에만 혈안이 되어있으니 주민들의 삶은 더욱 궁핍해질 뿐이다.

모든 여성이 참다운 공산주의자가 되어야 한다고 외치기 전에 먼저 사상 최악의 여성권이 유린당하는 북한 여성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게 우선이다. 김정은에게 묻고 싶다. 당신에게 어머니는 대체 어떤 존재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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