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현지 北 건설회사, 현장 나간 지 하루 만에 철수…왜?

계약 금지 대상인 종교시설 관련이라 바로 계약 파기…北, 해외 파견 노동자 이탈 방지 부심

러시아 건설장에서 작업 중인 북한 노동자.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해외에 체류 중인 자국 노동자들의 사상 이완을 우려하고 있는 북한 당국이 최근 러시아 내 건설 청부업 활동에 관한 규정을 내세워 단속의 고삐를 죄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내 북한 건설회사 사정에 밝은 데일리NK 대북 소식통은 30일 “이르쿠츠크에 있는 북한 건설회사의 한 작업소 북한 노동자들이 이달 25일 현장 작업을 전개한 지 하루 만에 철수하는 일이 있었다”며 “러시아 사람들도 이번 일에 황당해했다”고 말했다.

이번 일은 현지 러시아인이 북한 건설회사 소속 작업소장과 의뢰인을 연결해 주는 과정에서 종교시설(교회)과 관련된 작업이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지 않았고, 그 상태로 양측이 계약을 맺게 되면서 벌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건설회사 작업소장과 노동자들은 현장에 나선 첫날 교회 내부 인테리어 작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사실이 작업소 내 보위부 끄나풀을 통해 즉각 보위원에게 보고되면서 이튿날 바로 현장에서 철수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러시아에 나온 북한 건설회사 간부들의 말이, 북한은 러시아 내에서 청부업 활동을 하면서 한국 기업이나 러시아 교회, 고려인과 관련된 건설은 청부업 계약을 맺을 수 없게 이미 오래전부터 규정해 놓았다고 한다”고 했다.

언어가 통하는 한국인이나 고려인들이 연관돼 있거나 종교시설 관련 작업을 하게 되면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사상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이 같은 규정을 세워놓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사상 이완을 차단하기 위한 내적 규정인 셈이다.

특히 북한 당국은 지난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이후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들을 비롯해 각종 업무로 러시아 현지에 나와 있는 자국민들의 규율을 세우겠다는 명목에서 강도 높은 사상교육을 진행해 오고 있다는 게 현지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에 이르쿠츠크에 있는 북한 건설회사는 연말 국가 외화벌이 계획분 과제가 긴박한 상황에도 규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계약을 파기하고 즉시 철수 조치했다는 전언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 결의 2375호를 통해 북한 해외 노동자에 대한 신규 노동 허가를 전면 금지하고 2019년 말까지 전원 귀국시키도록 했지만, 북한은 여전히 러시아에 노동자들을 파견해 건설 청부업을 통한 외화벌이에 몰두하고 있다. 이 와중에 북한은 주민들의 체제 이탈 방지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소식통은 “계약을 맺은 작업소장은 러시아 성당이나 교회와 연계된 일은 돈이 바로바로 잘 나오는 실속 있는 일이라 사실 알면서도 모르는 체했을 것”이라며 “어쨌든 북한 건설회사에서는 교회와 관련된 계약을 맺은 것으로 작업소장을 문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