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위·안전원들 주민 감시에 혈안…상급 내린 ‘숙제’ 때문?

생활 괜찮은 세대 자금 출처 캐물으며 노골적으로 돈 요구…"쌀 1kg 사는 것조차 눈치 봐야"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 전경. /사진=이승주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프로파일러 제공

최근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에서 보위원, 안전원들이 주민들에 대한 감시를 대폭 강화하고 있어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은 “최근 신의주시 보위원들과 안전원들이 기념일에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주민 감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정권수립일(9월 9일), 당 창건일(10월 10일) 등 주요 기념일이 몰려있는 시기를 맞아 보위원, 안전원들이 상급 간부들로부터 ‘숙제’(상납 요구)를 많이 받고 있어 숙제 수행을 위해 주민 감시에 혈안이 돼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 전에는 국경 지역에서 밀수 등 불법적인 행위를 하는 주민들의 뒤를 봐주거나 단속하는 것으로 뒷돈을 마련하기가 수월했지만, 국경봉쇄 후로는 이렇게 돈을 벌기가 힘들어져 현재는 생활상 큰 어려움이 없는 주민들을 주로 감시하면서 뒷주머니를 채우려 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특히 최근 보위원들과 안전원들은 생활이 괜찮은 탈북민 가족들과 송금 브로커 등을 중심으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생활 자금의 출처를 캐물으며 불법적인 돈을 받아서 형편이 좋은 것 아니냐고 따지면서 돈을 뜯어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원래도 감시는 당연한 일로 여겨졌지만, 요즘에는 강도가 더 심해져 뜬물(음식물 쓰레기)까지 일일이 살펴 무엇을 먹었는지까지 확인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감시받는 세대들은 쌀 1kg 사는 것조차 눈치를 봐야 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실제 신의주시의 한 탈북민 가족은 며칠 전 탈북민에게서 전달받은 돈으로 쌀 10kg를 샀는데, 바로 다음 날 보위원과 안전원이 제각기 찾아와 ‘다 알고 있으니 거짓말할 생각조차 하지 말라’고 침을 놓더니 어디서 돈이 났는지, 탈북한 가족에게서 연락이 왔는지, 돈은 누구를 통해 돈을 받았는지 등을 따지고 들었다.

그러더니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숙제를 많이 받았다’는 구실을 들어 보위원은 200만원, 안전원은 100만원의 돈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고 한다.

이 탈북민 가족은 “쌀 10kg 사는데 6만원 정도를 쓰고 300만원의 돈을 내놓게 된 것이 너무 어처구니없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며 하소연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렇게 최근 보위부와 안전부의 감시가 강화되면서 생활이 괜찮은 세대들은 쌀밥 대신 잡곡밥을 먹고 달걀이나 돼지고기를 먹고 남은 껍데기나 뼈를 그냥 버리지 않고 불에 태워 흔적을 없애는 등 사소한 것에도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보위원들이나 안전원들이 돈이 좀 있다는 걸 알아채면 파리떼처럼 달려들어 돈을 뜯어내니 주민들은 빨리 국경이 열려 단속범위가 넓어져야지 그나마 좀 감시가 덜할 것 같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