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황해북도 인민위원회가 새로 건설된 농촌 살림집으로 이사하기를 꺼리는 주민들에게 ‘노동단련대에 갈 각오를 하라’고 경고하면서 입주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NK 황해북도 소식통은 10일 “황해북도 인민위원회는 새로 지은 살림집 준공검사와 입사증 수여식 및 새집들이 행사가 끝났는데도 아직 입사하지 않고 있는 세대의 세대주가 일하는 기관들을 통해 9·9절(북한 정권 수립일) 75돌 전인 9월 초까지 입사를 마치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려보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도 인민위원회 지시에는 공화국 창건 75돌 전으로 농촌 살림집 입사 대상자들이 무조건 새집에 들어가야 하며 제기일 내에 입사하지 않으면 해당 지역 안전부들에 명단을 넘겨 단련대 처리하도록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황해북도 일부 농촌 지역에는 새 살림집을 배정받은 주민들이 입주하지 않아 비어있는 집들이 적지 않다. 그 이유에 대해 소식통은 “하수처리 시설(정화조)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주민들이 당장 들어가 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반기 농촌 살림집 건설 계획 완수 보고를 올리기에 급급해 하수처리 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살림집 이용허가증을 나눠주고 새집들이 행사를 했다는 것.
실례로 곡산군의 한 농촌 지역에서는 임시방편으로 살림집들 뒤편 텃밭에 0.5m 깊이로 대충 웅덩이를 파놓고 주민들을 입주시켰다고 한다. 부엌과 화장실에서 사용한 생활하수가 이 웅덩이로 흘러 들어가게 돼 있지만, 자칫하면 넘칠 수 있어 주민들이 마음대로 물을 쓸 수도 없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소식통은 “개인이 웅덩이를 더 깊게 파고 세멘트(시멘트) 덮개를 만들거나 자체로 하수도 공사를 해야만 살 수 있는 형편”이라며 “웅덩이도 없이 그냥 부엌 하수도관을 옆 개울로 흘러 들어가게 해놓은 더 한심한 집들도 있는데, 이런 집들에 입사한 사람들은 파리나 구더기가 들끓는 위생적으로 한심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도 인민위원회는 별다른 대책도 없이 단지 9월 9일 전까지 무조건 살림집에 들어가라고 강요하고 있고, 심지어 입주하지 않은 세대의 세대주들을 노동단련대에 보내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이에 당장 이사를 준비해 새 살림집으로 들어가야 하는 주민들은 푸념을 쏟아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생활이 제대로 보장 안 되는 살림집에 입사해야 한다는 것에 의견이 많지만, 현실은 아랑곳하지 않고 억지로 살림집에 들어가게 만들어 9·9절 75돌을 맞이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우(위)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쉬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소식통은 “말이 새집이고 겉만 번지르르하지, 난방이나 도배, 타일도 입사하는 개인이 자체로 다 해야 한다”면서 “올해 봄에 배정받은 집들도 대공사를 하면 가을에나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럴 만한 시간도 안 주고 무작정 안 들어가면 단련대에 보내겠다고 겁을 주니 사람들은 가뜩이나 바쁜 농사철에 집수리하게 생겼다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