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은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가 본국 송환 엿새 만에 숨진 오토 프레드릭 웜비어의 사망 6주기가 되는 날이다.
미국 버지니아대 학생이었던 웜비어는 지난 2015년 12월 29일 중국에 있는 북한 여행사 ‘영 파이오니어 투어’의 5일 패키지여행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했다가 평양 양각도 호텔 제한구역에서 선전물을 훔치는 반국가행위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고 2016년 1월 2일 체포됐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후 2016년 1월 22일 “(오토가) 미국 정부의 묵인, 조종하에 조선의 일심단결의 기초를 허물어버릴 목적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관광의 명목으로 입국해 반공화국 적대행위를 감행하다가 적발돼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며 웜비어의 체포 사실을 알렸다.
웜비어는 약 2개월 뒤인 2016년 3월 16일 최고재판소 재판을 통해 ‘국가전복음모죄’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고, 17개월간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고국인 미국으로 송환됐다. 그러나 그로부터 6일 만인 2017년 6월 19일 끝내 숨을 거뒀다.
웜비어 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 북한이 웜비어를 희생양으로 삼아 얻어내려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애초 북한이 웜비어를 억류한 목적은 두 가지였다.
우선 첫째는 4차 핵실험과 관련해 미국이 국제사회의 선두에서 강경 태세를 취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목적이었고, 둘째는 2017년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겠다는 전략적 목표 아래 미국의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서였다.
미국과 외교관계가 없는 북한은 늘 그랬듯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목적 달성을 위해 한 생명을 인질로 삼았다. 국민의 생명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미국을 상대하기 위해 미국인을 담보로 잡아둔 것이었다.
억류된 17개월간 웜비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그러나 미국 송환 당시 웜비어가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웜비어가 식중독 증세인 보툴리누스 중독증을 보이다 수면제를 복용한 뒤 코마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사, 심문, 예심, 재판, 형기 복역 중 어느 단계에도 죄수에게(외국인이라 하더라도) 수면제를 공급하지 못하게 돼 있는 것이 북한의 죄수 관리 규정이다. 북한이 죄수 관리 규정을 깨면서까지 웜비어에게 수면제를 복용시켰을까.
어찌 됐건 웜비어 사건의 시나리오를 짠 당시 국가보위성 해외반탐국 국장과 인민보안성(現 사회안전성) 특별보안국 국장은 핵개발과 관련한 대외전략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것으로 공로를 인정받아 각각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뿐만 아니라 웜비어 사건과 연관된 자들은 모두 국가 표창을 받거나 승진됐다.
귀중한 생명을 담보로 원하는 바를 얻어내는 파렴치하고 악랄한 전략. 이것이 북한이 외국인을 대하는 가혹한 진실이다. 한 생명을 앗아놓고도 전략적 목적을 일정 부분 달성했다며 표창, 승진 파티를 벌인 북한. 과연 부끄러움이라는 것을 알기는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