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심 계층도 “꼭 봐야 한다”며 강력 추천한 한국 드라마는?

[북한 비화] 코로나 격리 기간에 방역 수칙 어기면서까지 돌려보고 6개월 노동단련형 받아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포스터. /사진=tvN 공식 홈페이지 화면 캡처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던 지난 2020년 11월 어느 날, 양강도 대홍단군 안전부 앞에 도 안전국과 도당 번호를 단 승용차 두 대가 멈춰 섰다.

얼마 전 군 안전부에는 코로나 의심자로 격리돼 외부인의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기회를 이용해 한국 드라마를 몰래 시청하다 적발된 60대 초중반의 세 부부가 붙잡혀 왔다. 한국 드라마 시청으로 안전부에 적발된 사건이 한두 건도 아닌데, 도 안전국과 도당이 군 안전부에까지 내려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북한은 코로나19 발생 초기 일찍이 국경을 닫아 매고 내부 방역에 집중했다. 이 과정에 코로나로 의심되는 발열자들은 가차 없이 자가격리시켰고 철저히 외출을 막았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주민들에게는 격리 기간이 견디기 힘든 고통의 시간이었지만 국가 공급과 일정 배급량이 보장되는 당 6과, 사회주의 애국 공로자, 제대 군관 가족들은 불시 검열도 피할 수 있는, 마음 놓고 한국 드라마를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실제 군 안전부로 잡혀 온 부부의 면면을 보면 한집은 당 6과, 한집은 사회주의 애국 공로자, 또 한집은 제대 군관 세대였다. 방음이 취약한 북한의 살림집 구조상 집안에서 흘러나오는 의심쩍은 소리를 여러 번 들은 방역기관 일꾼들의 신고로 세 부부는 하루이틀사이에 군 안전부에 붙잡혀 오게 된 것이었다.

군 안전부는 조사 과정에서 핵심 계층인 이들이 코로나 자가격리 기간에 방역 수칙을 어겨 가면서까지 한국 드라마를 돌려 보고 드라마에 대해 서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며 열렬히 공감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사안이 심각하다 판단한 군 안전부는 이를 상급에 보고했고, 도 안전국과 도당은 핵심 계층에서 일어난 비정상적인 사건에 대처하기 위해 급히 대홍단군에 내려왔다.

도 안전국과 도당에서 내려온 책임일꾼들은 붙잡혀 온 부부들을 각자 따로 떨어뜨려 놓고 심층 담화를 진행했는데, 이들은 모두 ‘남조선(남한) 영화나 연속극(드라마)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또 다른 사회(남한)의 노년 인생을 마주하며 심취돼 서로 꼭 봐야 한다고 강력하게 추천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이 심취해 강력히 추천했다는 한국 드라마는 황혼기에 접어든 주인공들의 명쾌한 인생 이야기를 다룬 ‘디어 마이 프렌즈’였다.

평소 친구 사이였던 3명의 남편들은 코로나 초기 자가격리 때 방역 수칙을 어기고 밤에 몰래 만나 드라마가 담긴 메모리를 주고받았고, 이 메모리는 당 6과 세대의 남편이 중국인 대방(무역업자)에게서 받아 최초 유포한 것으로 밝혀졌다.

3명의 아내들은 격리 기간에 남편들과 함께 한국 드라마를 봤다는 사실을 인정했으며, 심지어 ‘너무 공감해 체포되지 않았다면 재시청할 결심이었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또 드라마를 시청하고 ‘연속극에서처럼 우리들에게도 삶은 정말 축복이고 감사일까’라는 등 부부간에 나눈 이야기들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 세 부부의 진술에 군 안전부, 도 안전국, 도당 간부들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이길래’하며 온통 난리였다. 결국 진술을 정확히 예심하고 판단하려면 드라마 내용을 알아야 한다는 이유로 도당 집행위원회의 승인하에 간부 2명이 회수한 메모리로 드라마를 정주행해 보기까지 했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 세 부부는 모두 국가에서 한번은 교양할 수 있는 핵심 계층이라는 것으로 비교적 가벼운 6개월을 노동단련대 처벌을 받았다.

투철한 사상으로 무장된 충성분자들로 일컬어지는 북한의 핵심 계층들도 감성을 파고든 드라마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북한이 한류를 그리도 경계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도 보편적인 인간이기 때문이어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