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 주변 곳곳에 보위부 검열초소 세워져…걸리면 강제노동?

돌림감기 돈다며 방역 조치도 강화…동원 인력들 뙤약볕 아래 마스크 두세 겹씩 쓰고 일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3일 농촌 지원에 나선 각지 주민들의 사진을 대거 싣고 “한 해 농사의 운명이 좌우되는 모내기철”이라며 “총매진하여 올해 알곡 고지 점령의 돌파구를 열자”고 촉구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모내기철이 본격 시작되면서 북한 각 지역에 농촌 총동원령이 하달됐으나 주민들의 농촌 동원 기피로 일손이 부족한 상황을 맞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에 북한은 농촌 곳곳에 초소를 세우고 행인을 무작위로 검열한 뒤 농장에 보내 일을 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농장으로 들어가는 길목과 농장 주변 주요 도로 곳곳에 새로운 검열초소가 세워졌다. 이 검열초소는 이동 차량과 인원을 검문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위부가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열초소의 검열원들은 지나는 사람을 불러세워 거주지와 소속 직장이 어디인지 파악한 다음 근무 시간에 사적으로 돌아다녔다는 구실을 들어 농장에 보내 일하게 하는 일종의 노동 처벌을 내리고 있다. 모내기 작업 현장에서 일을 하고 확인서를 받아와야 보내준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런 보위부 검열초소는 해마다 모내기철이면 농장 주변에 임시로 세워졌다가 농촌 총동원 기간이 끝나면 철수되곤 하는데, 올해는 농촌 동원을 기피하는 주민이 늘면서 초소 검열에 걸려 강제노동을 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올해는 식량 부족을 이유로 농촌 동원을 기피하는 주민들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농촌 동원을 나가도 인민반이나 농장에서 식사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각자 알아서 끼니를 마련하고 해결해야 하는 실정이라 ‘하루 먹을 식량도 없어 일하러 나가지 못한다’며 농촌 동원을 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현재 주민들 사이에서는 처벌이나 불이익을 받게 되더라도 농촌 동원을 피하는 게 낫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농촌 동원을 피하려는 사람이 늘 많긴 하지만 올해는 더욱 농장들에서 필요한 노력을 충당하지 못하고 있다”며 “노력뿐만 아니라 비료, 기계 등 모든 게 부족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북한 내 발열자가 급증하면서 농촌 동원 인력에 대한 방역 조치도 더욱 강화돼 이에 대한 불만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봄철 돌림감기가 돌고 있다면서 농장원과 동원 노력들에게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킬 것을 강조하고 있다”며 “발열 체크는 물론이고 두세 겹의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할 것을 지시하고 있으며 마스크를 내리고 일하는 사람들이 없는지 수시로 감시한다”고 전했다.

농촌에 동원돼 일하는 주민들은 뙤약볕 아래서 마스크를 두세 겹씩 쓰고 일하면서 입가에 땀띠 같은 피부 질환까지 생겨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