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이동 승인해주고는 뒤 밟아 단속…탈북민 가족 잔혹사

돈 전달 현장서 탈북민 가족, 송금 브로커 모두 덜미 붙잡혀…보위원 수법 갈수록 교활

2019년 6월 촬영된 함경북도 국경 지역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 함경북도 국경 지역에서 탈북민 가족과 송금 브로커가 돈을 주고받는 현장을 들켜 보위부에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4일 데일리NK에 “지난 20일 회령시에서 탈북민 가족과 송금 브로커가 보위원들에게 체포됐다”면서 “돈을 주고받는 현장에서 덜미를 잡혔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송금 브로커는 앞서 한국에 사는 한 탈북민으로부터 부령군에 사는 가족에게 돈을 전달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에 그는 돈을 전달해줄 탈북민 가족과 암어(暗語)로 전화 통화를 한 뒤 20일에 국경 지역인 회령시의 한 장소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그러나 국경 지역은 코로나19 이후 이동이 제한되면서 인민반장과 담당 안전원, 보위원의 승인을 받지 않으면 갈 수 없게 돼 있다. 이동을 승인받으려면 담배 한 갑의 뇌물이라도 바쳐야 해 일부 주민들은 눈을 피해 몰래 국경 지역을 오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주요 감시 대상인 탈북민 가족들은 가족 중 한 명이라도 승인 없이 집 밖을 나서면 수상하게 여겨 뒤를 밟히기 때문에 절차대로 꼭 승인을 받는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실제 송금 브로커로부터 돈을 전달받기로 한 탈북민 가족은 가족 중 한 사람이 몸이 좋지 않아 며칠간 시(市) 병원에 다녀와야 한다는 것을 구실로 인민반장과 담당 안전원, 보위원으로부터 국경 지역으로의 이동을 승인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보위원은 탈북민 가족의 이동을 승인하고도 조용히 이들의 뒤를 밟았다.

이를 알지 못한 탈북민 가족은 약속했던 회령시의 한 장소로 가 송금 브로커와 만났는데, 넘겨받은 돈의 액수를 확인하기 위해 돈을 세려는 순간 들이친 보위원들에게 붙잡혔다.

소식통은 “요즘은 군에 사는 탈북민 가족들에 대한 감시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면서 “군에서 돈 나올 데라고는 탈북민 가족밖에 없기에 보위원들은 눈에 쌍심지를 켜고 탈북민 가족들을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탈북민 가족 입장에서 이동을 승인해준 보위원들이 뒤를 밟으리라 누가 생각이나 했겠느냐”면서 “일부러 승인을 해주고 뒤를 밟아 체포해 돈을 갈취하는 등 보위원들의 수법이 날이 갈수록 교활해지고 있어 피해를 보는 탈북민 가족이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 들어 탈북민 가족들이 주요 단속 타깃이 되면서 그들에게 돈을 전달해주는 송금 브로커들도 적잖은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송금 브로커들은 탈북민 가족에게 자신들의 집을 절대로 알려주지 않는데 이는 탈북민 가족이 잡히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자신들이 위험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런데도 송금 브로커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이번 사건과 같이 탈북민들의 뒤를 밟는 보위원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최근 보위원들이 탈북민 가족뿐만 아니라 뒷돈을 받고 뒤를 봐줬던 송금 브로커들까지 모두 체포해가며 돈주머니 불리기에 혈안이 돼 있는데, 이런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는 주민이 한둘이 아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