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수입 품목 다양해져…시장 수입품 가격도 큰폭 하락

조개 맛국물, 가다랑어포 가루 등 고급 식자재, 망고, 오렌지 등 수입 과일도 대량 수입

양강도 혜산 인근 노점에서 중국산으로 추정되는 과일이 눈에 띄고 있다.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최근 북한의 무역량이 확대되면서 수입 품목도 지난해보다 다양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 판매되는 수입품 가격도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9일 데일리NK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북한 무역일꾼들이 중국 대방(무역업자)에 요구하는 품목들이 다양해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쌀·밀가루 등 곡물과 조미료·된장 등 식료품, 알루미늄 창틀·타일·목재 등 건설자재, 의약품 등을 주로 수입했는데, 최근에는 소비재 수입이 크게 확대됐고 비교적 값이 나가는 고급 식자재 수입도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신의주에 지사를 두고 있는 북한의 한 대형 무역회사는 최근 된장, 고추장, 식초, 간장, 설탕,  콩기름, 조미료 같은 일반 양념류는 물론이고 조개 맛국물, 가다랑어포 가루, 고기 육수 분말, 사탕수수당(홍탕), 생강 가루 등 비교적 고급 식자재라 불리는 식료품도 대량 수입하고 있다.

북한 무역회사들이 수입하는 품목에는 중국에서 생산된 매실, 살구뿐만 아니라 청포도, 복숭아, 망고, 오렌지 등 제3국에서 수입된 과일도 상당량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 밖에 팝콘, 뻥튀기 등 다양한 과자 종류와 과일 음료 수입량도 최근 늘어났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북한 내 수입품 공급이 확대되면서 시장 수입품 가격도 눈에 띄게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본보 조사 결과 최근 신의주 시장에서는 중국산 콩기름 1kg이 북한 돈 1만 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2~3분기까지만 해도 북한 시장에서 중국산 콩기름 1kg 가격은 3만원까지 치솟았고, 지난해 11월 평양의 한 시장에서는 중국산 콩기름 1kg이 2만 3000원에 팔린 바 있다. 이와 비교하면 가격이 현저히 하락한 것이다.

아울러 전자제품 가격도 크게 하락했다. 레노보(Lenovo)에서 출시된 노트북 컴퓨터 T400 모델의 경우 지난해 210달러에 팔렸지만, 현재는 130달러면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T400은 출시된 지 10년이 지난 구형 모델이지만 아직도 중국을 통해 수입돼 북한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건축자재인 수지창도 지난해 평방당 60달러까지 치솟았으나 수입량이 많아지면서 현재는 16달러까지 가격이 대폭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7~8달러면 구입할 수 있었던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가격이 높은 수준이다.

앞서 지난 18일 공개된 중국 해관총서(세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올 1~2월 중국으로부터 3억 52만 달러(한화 약 3935억원)에 달하는 물품을 수입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8% 증가했고 코로나로 국경이 봉쇄되기 이전인 2019년보다도 17% 증가한 것이다.

반면 수출 규모는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실제 올해 1~2월 북한의 수출은 2688만 달러(약 352억원)로 지난해보다는 35% 늘었지만 2019년보다 2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북한의 기관과 개인들은 비공식 무역을 통해 석탄, 유류 등의 대북제재 품목을 수출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비공식 무역 규모까지 포함하면 북한의 무역량은 중국 측이 발표한 공식 통계보다 더 클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