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선행 기도자들 다 잡혀온다”…北 내적 교양에 ‘좌절’

[북한 비화]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으로 사상 교양…해상을 통한 탈북 위험 분자들 선별하기도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 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을 12일 공개했다. 당시 북한 어민 2명은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정부는 이들이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하고 도주해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보고 나포 5일 만에 북한으로 돌려보냈다. 사진은 탈북 어민이 북송을 거부하는 모습. /사진=통일부 제공

2019년 말 북한은 판문점을 통해 강제 북송된 탈북 어민 사건과 관련해 수산 부문의 사상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며 수산 부문 당 책임자 집중학습을 강도 높게 진행했다. 북한은 이를 통해 북한은 ‘남조선(남한)행을 기도한 자들은 다 잡혀온다’는 점을 수산 부문 종사자들에게 똑똑히 일러두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한 달 뒤쯤인 2019년 12월 바닷가를 끼고 있는 지역의 사법, 안전, 보위기관들에는 배를 타고 월남(越南)을 시도했다가 붙잡힌 대상자들을 이유 여하 불문하고 보위부 관리 대상으로 분류하라는 중앙의 지시가 내려졌다.

배를 이용해 한국행을 기도했다가 붙잡혀 조사 중이거나 이미 안전부가 일반 범죄자로 취급한 대상들을 전부 보위부 관리 대상으로 분류하라는 지시였다. 이에 보위부는 지난 사건들까지 죄다 들여다보고 재평가하며 해상을 통한 탈북 위험 분자들을 선별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로써 앞서 강원도, 함경도, 나선시 등 동해를 낀 지역에서 조업하러 나갔다가 몇 시간째 통신 두절된 이력이 있는 대상들이나 관련 사건으로 조사를 받고 ‘남조선행 기도 혐의점 없음’으로 처리된 대상들까지 모두 탈북 위험 분자로 분류됐다.

한편으로 국가보위성은 지역 보위부들에 개인 선주들에 대해서도 사상 교양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강원도 보위국은 개인 선주들을 직접 불러 모아 ‘비법(불법) 월남 도주 행위는 반역’이라며 ‘사상이 모호한 자들에게 배를 빌려주거나 위험 분자들을 배에 태워 바다로 내보내는 행위도 비법 월남 도주 동조자로 취급할 것’이라고 교양했다.

특히 도 보위국은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거론하며 ‘월남도주자들이 판문점으로 돌아온 것은 우리 공화국의 위상에 제대로 겁을 먹은 남조선 괴뢰정부의 응당한 합법적 조치’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속에 당과 수령, 조국과 인민을 등지고 제 살길을 찾아 남조선으로 가려고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자가 있다면 이번 기회에 월남자는 남조선에 내려가도 다시 개처럼 끌려와 공화국의 준엄한 심판대에 서게 될 것이며, 자신과 가족까지 망하게 하는 자멸행위를 하게 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라’고 했다.

강제 북송된 두 명의 탈북 어민 사건과 관련한 보위기관의 이 같은 내적 교양은 자유에 대한 갈망으로 생사 결단으로 탈북하려는 북한 주민들에게 결국에는 다시 끌려올 수 있다는 두려움과 좌절감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몇몇 주민들 속에서는 ‘남조선행을 기도했던 자를 돌려보내면 무참하게 죽인다는 걸 남조선 정부는 정말 모르는 것이냐’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한편, 북한에서는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이후 바다 조업에 나섰다가 통신이 끊겨 단속됐다는 이유로 관리소(정치범수용소)에 이송되는 등 한동안 수산 부문 법 위반자들이 가차 없이 사상범으로 몰리는 사태도 초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