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북부 국경에 설정한 완충지대를 드나드는 경우 5개 기관의 승인을 거친 ‘출입증’을 발급받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전히 국경 지역으로의 접근을 강하게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데일리NK가 입수한 사진에는 ‘완충지대출입증’이라는 글씨 아래 소속과 직무, 이름 및 생년월일, 목적, 이동구간, 기간 등의 항목이 적시돼 있다.
이 증서는 얇은 종이로 돼 있고 크기는 A4 용지 반절 가량으로, 종이 한쪽의 절단면이 매끄럽지 않은 것으로 보아 절단기로 일정하게 자른 문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또 각 항목의 내용이 수기로 작성된 점에 미뤄 완충지대를 출입하려는 자가 양식의 세부 내용을 작성한 뒤 관련 기관의 도장을 받는 식으로 출입증 발급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입수한 출입증에는 수기로 소속 ‘도 청년돌격대’, 직무 ‘경비원’이라고 적혀있다. 그 아랫줄에는 이름과 생년월일이, 또 그 아랫줄 목적에는 ‘근무’라고 쓰여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는 국경 인근 지역에서 진행되는 살림집 건설에 동원된 청년돌격대 인력이 완충지대 출입을 위해 발급받은 것이다. 공적인 일에도 출입증을 일일이 발급받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이동구간에 특정 도시가 적혀있는 점을 볼 때 출입증을 발급받으면 해당 지역의 국경 완충지대를 구간 전체를 출입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기간 항목에는 ‘2022.10.1.~12.31’이라고 쓰여있는데, 출입 기한이 3개월이기 때문에 3개월에 한 번씩 출입증을 재발급받아야 한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특히 사진 속 증서에서 눈에 띄는 것은 무려 5개 기관의 도장이 찍혀 있다는 점이다.
실제 맨 위에서부터 ‘봉쇄부대경유’, ‘경비부대경유’, ‘안전기관경유’, ‘보위기관경유’라는 인쇄 문자 옆에 각각 다른 4개의 도장이 찍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국경 봉쇄 작전에 투입된 특수부대를 비롯해 국경경비대, 사회안전성, 국가보위성 하위 기관의 도장을 각각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비상방역사단 공인. 명판’이라는 글씨 옆에 도장이 찍혀 있다. 글씨의 크기나 도장의 크기가 다른 기관들에 비해 크다는 점에서 최종적으로 비상방역 관련 기관의 출입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맨 아래에는 ‘2022년 10월 1일’이라는 날짜가 적혀 있는데, 이는 출입증 발급일을 적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소식통은 “이 출입증은 개인적으로 발급받은 것이 아니라 청년돌격대가 단체로 신청한 것이어서 각자 세부 내용을 작성하고 돌격대 행정담당자가 일괄적으로 도장을 받아 각각 배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도 중국과 인접한 국경 지역을 완충지대로 정하고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강에 가서 자유롭게 빨래도 하고 물도 길어 왔지만, 지금은 출입증이 없으면 누구라도 접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코로나19로 국경을 봉쇄한 이후인 지난 2020년 8월경 사회안전성 명의 포고문을 통해 ‘국경봉쇄선으로부터 1~2km계선에 완충지대를 설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본지가 입수한 포고문에 따르면 북한은 완충지대에 비조직적으로 들어간 인원과 짐승에 대해서는 무조건 사격할 것과 조직적인 승인을 받고 완충지대에 들어갈 때에는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증명서를 무조건 휴대할 것을 명시했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국경에 사회안전성 포고문… “완충지대 들어오면 무조건 사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