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 코로나 발원지라 주장한 금강군서 연기처럼 사라진 이들

[북한 비화] 1군단 2사 군의부장 격리병동 이송 대상자들과 함께 실려갔다가 사망

평양-원산고속도로 산악 구간. /사진=데일리NK

2022년 6월 초, 동부전선 최전방 1군단 2사의 군의부장 최모 씨는 늦은 밤 사업보장용 대기차를 타고 급히 원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앞서 국가비상방역사령부 책임일꾼들이 원산에 내려와 현지에서 강원도 방역 관련 긴급회의를 한다는 갑작스러운 통보를 받은 최 부장은 사단 관할 군의소와 구분대 방역위생소들에서 종합된 사단 내 의진자 실태 보고서와 간단한 세면도구를 넣은 가방만 간단히 챙긴 채 서둘러 움직였다.

북한이 전달인 5월 내부의 코로나19 유입을 공식화하고 최대비상방역체계로 전환해 도내 시·군 간 이동이 전면 차단되고 있던 터라 갑작스러운 중앙의 현장 긴급회의 소집에 최 부장을 포함한 참가 대상자들 모두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원산 현지에 내려온 국가비상방역사령부 조사위원회 책임일꾼은 통보 이튿날 오전 8시에 시작된 긴급회의에서 금강군 비상방역지휘부 일꾼들을 불러일으켰고, 금강군 주둔 인민군 군의 부문 성원인 최 부장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국가비상방역사령부 조사위원회 책임일꾼은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현재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 침입 경로를 확실하게 밝혀내고 대책을 세울 데 대한 당중앙위원회의 위임을 받고 현재 강원도에 내려왔고 중앙에서 조사한 바를 포치하겠다”고 운을 떼더니 대뜸 “남조선에서 날아온 오물(적지물자)과 삐라에 탈북자 쓰레기들이 우정(일부러) 코로나 균을 넣어 넘겼고 이포리 군민 여럿이 접촉하고 평양으로 유동한 것이 악성 비루스 감염증 발단이 됐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확히 금강군 이포리가 전염병 확산의 발화점이라고 짚었다.

최 부장은 귀를 의심했다. 금강군 이포리라면 자신이 군의 부장으로 있는 1군단 2사단의 주둔지였기 때문이었다. 매일 5~7회씩 구분대별 군관, 군인, 군인 가족들에 대한 방역 감시가 종합되고 있었기에 현장 군의 일꾼과 의사들도 모르는 이런 결론이 어떻게 도출된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강원도 방역 관련 긴급회의를 지도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 조사위원회의 조사 내용은 극비에 부쳐졌고, 금강군 이포리 지역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가 최초 유입됐다는 중앙의 결론은 그대로 낙착됐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7월 1일 북한 주요 매체들은 국가비상방역사령부의 조사결과를 인용해 남북 접경지역인 강원도 금강군 이포리 지역의 군인 김모(18살)와 유치원생 위모(5살)가 ‘색다른 물건’을 접촉했고, 코로나 항체검사에서 양성으로 판정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그리고 7월 중순 국가비상방역사령부 조사위원회는 돌연 1군단 2사 군인 사택지역에서 하전사 2명, 군관 1명과 그 가족을 국가격리병동으로 이동시키겠다고 하면서 그 집행을 군의부장인 최 씨에게 맡겼다.

최 부장은 지난 몇 개월간 평양 출장도 가지 않았던 이들을 체포하다시피 끌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고 상부에 ‘더 구체적인 의학적 소견서를 참고해 그들을 다시 문진해보겠으니 하루만 시간을 달라’고 제기했다.

하지만 상부에서는 ‘국가비상방역사령부 조사위원회 결정에 감히 흥정하는 것은 현재 선포된 최대비상방역체계에 따라 적용되는 전시법에 의거해 현장 총살까지 가능한 것’이라며 노발대발했고, 결국 최 부장은 상부의 명령에 토를 달았다는 이유로 국가격리병동 이송 대상들과 함께 실려갔다.

이후 그해 10월 최 부장의 가족들이 남아 살고 있던 금강군 자택에는 그가 악성 전염병을 앓다가 격리병동에서 사망했다는 통지서와 함께 뼛가루가 담긴 봉투가 날아왔다. 이를 접한 최 부장의 아내는 그 자리에서 바로 기절하고 말았다. 이후 몇 주가 지나 최 부장의 남은 가족들은 최전방 금강군에서 퇴거 조치됐다.

최 부장과 함께 이송됐던 이들 역시 여전히 금강군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최 부장은 사망했다 하더라도 나머지는 왜 연기처럼 사라졌을까. 남측에 책임을 돌려 위기를 타개해보려는 북한의 궁여지책에 무고한 주민들이 희생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