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막혀있던 훈춘 통상구와 북한 나진선봉의 육로 교역이 재개됐다. 북한 나진선봉 지역에 공장을 지어놓고도 가동하지 못했던 중국인 사장들이 다시 사업을 시작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달 초 본보는 북한에 공장을 지어 놓고 중국 원자재를 들여가 북한의 값싼 노동력으로 완제품을 생산해 상품을 다시 중국으로 들여오는 방식으로 사업을 하는 중국인 사업가 A씨를 인터뷰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중국 화물 트럭들은 주로 원자재를 실어 북한에 들어가고 다시 중국으로 나올 때는 옷, 가방, 신발, 가발 등 완제품을 싣고 나오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지난 2017년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대북제재 2375호를 통해 직물이나 의류 완제품 등 북한의 섬유 수출을 전면 금지했으나, 북한에서 생산된 섬유 제품이 버젓이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 국경봉쇄로 인해 북한에서 만들어져 포장된 채로 발이 묶여 있던 상품들까지 최근 육로 교역을 통해 중국에 수출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중국 사업가들은 북한의 국경봉쇄로 입은 손실을 만회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게 A씨의 이야기다.
북한에 투자한 중국인 사업가 A씨와의 인터뷰 전문
–2017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2375호가 채택되면서 북한에서 만들어진 모든 섬유 제품 수출이 금지됐다. 그런데도 북한에 원자재를 들여가고 그곳에서 만들어진 섬유 제품을 중국으로 수입해 오는 사업을 지속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미 외투나 속옷, 신발, 가방 등을 만드는 설비를 조선(북한)으로 들여가서 공장을 지어놨기 때문에 업종을 변경하기가 쉽지 않다. 1000만 위안(한화 약 18억 7000만원)을 들여서 공장도 짓고 조선 간부들한테 로비도 해서 사업을 시작했는데 어떻게 갑자기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다른 제품으로 생산품을 바꿀 수 있겠나. 투자한 이상 투자금 이상의 돈을 회수해야 하는 것은 사업가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조선은 외국인이 사업하기에 안정적이지 않은 정치적 조건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임금이 매우 싸기 때문에 제재 같은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사업을 해볼 만하다. 물론 코로나라는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겨서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도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것보다 조선에 공장 짓고 물건 만드는 게 훨씬 이윤이 많이 남는다.”
–요새도 북한에 투자하려는 중국 사업가들이 있나.
“코로나 이전보다는 조선 투자에 관심 갖는 중국인들 수가 많이 줄었다. 코로나 기간 국경을 완전히 걸어 잠그고 국가가 일방적으로 사무역(私貿易) 금지시키면서 우리 중국 업자들이 손해를 많이 봤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직접 조선에 투자하는 것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조선과 사업을 해본 경험이 없거나 이런 내막을 잘 모르는 사업가들은 아직도 조선에 투자하려고 관심 갖는다. 최근에도 광저우에서 의류 공장을 운영하는 사람이 조선에 공장 짓고 사업하는 것은 어떤지 물어보고 싶다고 나를 찾아왔었다. 이미 조선에 공장을 지어 놓고 투자를 한 사람이라면 계속 사업을 진행해야겠지만 새롭게 조선에 설비 들여놓고 공장 지어서 운영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조선이 어떤 무역 조치를 내놓을지도 알 수 없고 국가(중국)가 조선과 사업 활동을 통제하고 나서면 정말 어쩔 도리가 없는 것 아닌가. 안정적이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북한에 설비 투자를 다 해놓은 중국인 사업가가 북한 당국의 일방적인 조치로 투자금을 회수하지도 못한 채 쫓겨나는 예도 있나.
“물론 있다. 단둥(丹東) 사람이었는데 조선 광산에 투자했다. 그 사람은 인민폐로 거의 3000만 위안(한화 약 56억원)을 투자했는데 광산에서 희귀 금속이 나왔다. 갑자기 돈이 되니까 조선 당국이 그 땅이 원래 군사 시설이라면서 외국인이 사업할 수 없는 지역이라고 주장해서 결국 다 놓고 나왔다. 그런 억울한 상황이 간혹 발생하긴 하지만 조선 노동력을 이용해서 가공 공장 설립하는 것은 조선에도 이득이고 외국인 사업가들에게도 이윤이 남는 일이니 특수한 업종에 비해 순조롭게 이뤄지는 편이다.”
–북한 노동자들에게 임금은 어느 정도 지급하고 있나. 그 외에도 북한 당국에 주기적으로 내야 하는 비용이 책정돼 있는지.
“처음에 공장 지을 때 투자비를 많이 썼고 그 이후에는 주기적으로 조선에 내는 돈은 없다. 공장 관리해주는 담당원들이 뒤를 많이 봐주기 때문에 담당원들 선물을 많이 챙겨주긴 한다. 담당원들한테는 따로 1~2만 위안 정도 주기적으로 선물을 준다. 노동자들에게는 한 달에 700~800위안 정도를 준다. 중국에서 공장 운영해 본 사람들은 알 텐데 엄청 저렴한 임금이다. 중국인들 고용해서 물건 만들면 사회보험료도 사장이 내줘야 하는데 조선 노동자들은 월급만 주면 되니 임금으로 들어가는 돈을 아낄 수 있다. 조선 당국이 외국인 사업가들이 안정적으로 사업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중국에서 조선에 공장 세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줄을 설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