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성은 지금] 中에 일하러 와 3년 넘게 아이와 생이별 중

[인권기획②] 자식 떼놓고 온 北 여성 노동자들, 몇 년간 소식도 제대로 못 듣고 일만 내몰려

[편집자주]
북한의 인권 문제를 조사하는 공식 국제기구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설립된 지 올해로 10년을 맞았습니다. COI는 지난 2014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에서는 아직까지도 뿌리 깊은 가부장제와 여성에 대한 폭력이 지속되고 있다’며 성차별에 기초한 여성 인권 침해 사례에 집중했는데요. 그로부터 10년가량이 흐른 지금, 북한 여성들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데일리NK는 현재 북한 각 분야의 여성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차별과 폭력 사례들을 통해 북한 여성들의 인권 실태를 진단해보려 합니다.
중국 랴오닝성 의류공장 북한노동자
중국 랴오닝성의 한 의류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 /사진=데일리NK

“아이가 보고 싶어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냥 있다가는 당장 죽을 것처럼 마음이 무너지는 날들도 많았다. 어느 날은 죽든지 살든지 공장을 뛰쳐나가 나가서 집으로 가고 싶었다.”

중국 랴오닝(療寧)성의 한 임가공 공장에서 일하는 30대 여성 이모 씨는 코로나로 국경이 봉쇄되기 전인 2019년 생때같은 어린 자식을 떼어 놓고 중국으로 왔다.

남편의 벌이가 변변치 않아 중국에 가서 2년만 일해 장사 밑천을 벌어올 생각이었다. 이제 막 말을 하기 시작해 한창 재롱을 피우는 아이를 두고 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2년이면 그리 긴 시간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이에게도 엄마가 금방 돌아올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그 이별이 이렇게 길어질 것이란 걸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나마 올해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아래는 이 씨와의 인터뷰 내용

-중국에 나와 있는 동안 고향에 있는 남편이나 아이와 편지를 주고받거나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는 상황인가.

“전혀 못 했다. 전화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안부를 묻기 위해서 개인적으로 연락하지는 못한다. 각자 파견될 때 어느 무역회사의 뽄트(추천)로 나왔는지 소속된 회사가 있으니까 그 회사에서 한 번씩 여기 보위지도원한테 전화를 해서 가족들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전해주고 그렇지 않으면 ‘다 잘 있다. 걱정하지 말고 열심히 일해라’ 이렇게 전해주는 게 끝이다. 직접 전화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공장 사장들은 해외전화를 가지고 있지만 조국에 전화하면 또 돈이 엄청 들지 않나. 국제 전화 비용 때문에 개인적으로 부탁해서 통화하거나 그런 일은 거의 없다.”

-아이가 어려서 더 많이 보고 싶을 것 같다. 아이가 보고 싶을 때는 어떻게 견디나.   

“아이 놓고 나오는 게 이렇게 힘들지 몰랐다. 처음에 나와서는 거의 매일 밤마다 울었다. 자기 전에도 울고, 밥 먹다가도 울고. 그래도 내가 선택해서 나왔는데 어쩌겠나. 그나마 사진 하나를 가지고 나와서 사진 붙들고 많이 울었다. 그래도 내가 여기서 돈 벌어가야 애를 잘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일했다. 일이 많을 때는 15시간, 16시간도 일했다. 잠만 자고 일할 때도 있었는데 그렇게 눈떠서 하루 종일 일할 때는 오히려 보고 싶은 마음이 조금 괜찮아졌던 것 같다.
우리 회사에도 조국(북한)에 아이 놓고 온 사람이 15명 정도가 된다. 아이 놓고 온 엄마들은 서로 마음을 알아서 더 친하게 지낸다. 그나마 나는 일로 아이 보고 싶은 마음을 잊을 때도 있었지만 코로나로 완전히 갇혀있고 일도 없고 휴식 시간이 많아지고 그럴 때 우울증에 걸려서 밥도 안 먹고 아무것도 못 한 사람도 있었다. 엄마들 중에 우울증 걸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아이는 아빠가 돌보는 것인가. 아빠가 직장에 나가면 아이를 봐줄 사람이 있는지.

“낮에는 유치원에 가고 저녁에 오면 아빠가 주로 돌보는데 우리는 친척들하고 가깝게 살았다. 언니네가 가까워서 나올 때 언니한테 우리 아이 좀 잘 봐달라고 부탁하고 나왔다. 돌아가면 언니한테 줄 선물도 다 사놨다. 아이가 잘 크고 있을는지 생각하면 걱정일 뿐이다. 이제 곧 돌아가게 될 테니 참고 기다리는 것이다.”

-북한 당국이 앞으로 중국에 나올 노동자들을 뽑을 때 결혼해서 이미 아이를 낳은 여성들 위주로 선발하겠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출산율이 너무 낮아서 기혼 여성 중에서 아이를 이미 출산한 사람들을 해외에 파견하겠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솔직히 앞으로 어떤 사람들을 선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내가 일하는 작업반에도 20대 초반 아주 어린 아이들이 많다. 이 아이들은 일하는 것을 엄청 힘들어한다. 혹간 남자 간부랑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고 해서 결혼한 여자를 내보내려고 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아이 있는 엄마가 이렇게 중국에 나와서 연락도 못 하고 아이와 떨어져서 일만 하는 것은 너무 힘들다. 솔직히 너무 하지 않나. 가슴이 찢어진다. 국가에서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이렇게 힘든 걸 알았다면 절대 안 나왔다. 당자금이요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비요 하면서 다 내고 나니 모아둔 돈도 많지 않다. 주변에서 아이 있는 엄마가 중국에 일하러 간다고 하면 절대 못 가게 말릴 것 같다. 아이가 엄마 없이도 잘 크고 있을지 생각하면 지금도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