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철 상납 과제에 한숨 쉬는 北 대학생들…방학에도 ‘불편’

‘좋은 일 하기 운동' 명목으로 어김없이 과제 내려져…현금 받아내려 한다는 비난 나오기도

북한 학생들이 길을 걷고 있다. /사진=북한선전매체 ‘서광’ 홈페이지 캡처

방학 중인 북한 학생들에게 올해도 어김없이 폐자원 상납 과제가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과제량도 어마어마한데 교수들의 노골적인 뇌물요구까지 더해져 학생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19일 데일리NK에 “이번 겨울 방학에도 학생들에게 어김없이 과제가 부과됐다”며 “혜산농림대학에서는 지난해 말 방학을 떠나는 학생들에게 과제로 1명당 파고철 30kg을 현물로 바치거나 시가를 계산해 현금으로 바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는 매년 방학에 들어가는 학생들에게 일정량의 파철, 파고무, 파유리, 파비닐을 수거해 상납하도록 하는 과제가 내려진다. 국가에 폐자원을 바칠 것을 강제하는 것으로, 이는 ‘좋은 일 하기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수십 년간 진행됐다.

소식통은 “지난해 분기별 과제가 파고철 30kg이었는데 이번 방학 기간 부여된 과제도 30kg이어서 학생들이 부담이 크다”며 “더욱이 학생들 대부분이 다른 지역에 본가를 두고 있는 타도(他道)생들이라 과제를 모두 가지고 등교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실제 몇몇 학생들은 ‘몇십 리나 떨어진 지역에서 어떻게 파고철을 가지고 오라는 것이냐’, ‘파고철 대신 현금을 바치라는 이야기나 다름없다’며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는 전 세대원이 각자 소속된 단위에 폐자원을 상납해야 하기 때문에 할당량을 채우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폐자원을 장마당에서 구매해 할당량을 채울 수는 있지만,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마저도 큰 부담이다.

설사 폐자원을 구한다고 해도 이를 학교까지 가져가는 일 또한 문제다. 그래서 학생들은 애초에 현금을 받아내기 위해 과제를 내린 것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고, 현금을 마련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에 있는 학생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특히 일부 학생들은 방학 기간 사회정치활동이라는 명목으로 전국 각지에 파견돼 일하거나 선전·선동 활동을 해야 해 폐자원 상납 과제 수행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한다.

소식통은 “이번 방학에 어떤 학생들은 집에 가지 못하고 기관 기업소들에 다니며 사회정치활동으로 현장에서 일을 하거나 공연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집에 가지도 못하는 대학생들에게까지 예외 없이 파고철 과제가 내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5일 “겨울철 방학 기간을 이용해 전국의 백수십 개의 대학에서 10여만 명의 청년 대학생들이 발전소와 탄광, 농장, 주요 건설장에 나가 당 정책해설선전사업과 학생청년기동선동대 활동 등을 펴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일부 대학교수들은 방학에 들어가는 학생들에게 노골적으로 현금이나 뇌물을 요구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일부 교수들은 방학을 떠나는 학생들에게 방학 후 등교 때 특산물이나 여과 담배를 요구한다”며 “노골적으로 뇌물을 요구해 학생들은 불편하지만, 성적 때문에 거절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수들은 사회적 과제를 핑계 삼아 부여된 양보다 더 많은 양을 학생들에게 할당해 이익을 챙기기도 한다”며 “대학교들에서도 이런 사정을 알고 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