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 간부의 토로…“북한서 반동문화 만연, 문화어 사라질 판”

토요 간부학습회의서 '문화어 보호법'에 따른 사업방향지시..."南말투 철저히 짓부시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7일 신문을 읽는 평양시인쇄공장 노동자들의 사진을 싣고 “당보 학습을 정상적으로 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내달 17일 최고인민회의(우리 국회와 유사) 회의를 통해 ‘평양문화어 보호법’ 채택을 예고한 가운데, 각 지역 선전선동 부문 간부들을 대상으로 관련 법 제정 이유를 설명하는 강연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7일 도당 선전선동 일군(일꾼)들이 참가한 토요 간부학습회의에서 도당 선전선동부장이 직접 회의를 지도했는데, 그가 선동선전 부문의 여러 사업방향을 지시하는 과정에 평양문화어 보호법 채택이 재차 언급됐다.

특히 선전선동부장은 이 과정에서 평양문화어 보호법 채택 동기를 나열했는데 “우리 당(黨) 선동·선전 일군들이 전사로서의 구실을 잘못하면서 고유한 우리말에 반동문화가 섞여 도를 넘게 됐다”면서 “(이에) 우리나라(북한)의 문화어가 사라지게 될 위험한 기로에 서 있다”고 언급했다는 후문이다.

즉 북한에서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본 북한 주민들이 패션과 머리스타일, 말투까지 따라하자 이를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북한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동무’를 ‘친구’로, ‘남편’을 ‘오빠’로 부르는 것은 물론 ‘쪽팔려(창피해)’라는 표현까지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을 북한 당국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선전선동부장은 “(우리가) 당원들과 근로자들, 청소년들을 적들의 모략 선전선동으로부터 보호하지 못해 전 사회적으로 만연화된 반동사상 문화가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10~30대 청장년들이 괴뢰들의 말과 행동을 따라 하는 것을 추세를 앞지른 자랑으로 여기거나 마치도 새로운 문화에 도전해가는 신비함으로 여기고 있다”면서 “이는 남조선(남한)과 적들이 바라는 것으로, 우리는 이를 철저히 짓부시는 데 사업방향의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2020년 말 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통해 지적한 남한식 어투 및 창법 사용 금지(노동단련형 또는 최대 2년 노동교화형)와 결을 같이 하는 것으로, 장마당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한류를 근절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울러 선전 일군으로서의 각성도 촉구하고 나섰다. 선전선동부장은 “우리가 대중의 선전선동 전선의 전사로서의 구실을 잘못한 것이 오래됐다”면서 “내년 사업 방향은 반동문화를 청산하기 위한 문제가 가장 중점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청년들이 스스로 혁명의 붉은기를 내리고 자본주의 말투를 동경하고 우정(일부러) 배우려는 기미는 너무 위험한 사회풍조”라면서 “이러한 실태를 낱낱이 가려서 문제를 포착하고 투쟁 방향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선전선동부장은 “문화어 보호법이 채택되는 동시에 선전선동 일군들은 청년들과 당원, 근로자들을 사상적으로 각성시키도록 2023년 개별적인 사상사업 방향을 정하고, (이를) 1월 말까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향후 철저한 총화(평가) 작업까지 예고한 셈이다.

한편 평양문화어는 1960년대부터 김일성의 ‘교시’에 따라 쓰였다는 북한의 표준어를 일컫는다. 북한은 이를 “민족어의 고유한 특성과 우수성이 집대성되고 현대적으로 세련된 조선어의 원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