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평양의 고급중학교(우리의 고등학교) 학생들이 각종 외부 영상물을 유포한 혐의로 체포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그중 한 학생이 구류장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져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15일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평양시 대성구역의 한 고급중학교 학생 4명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근거한 불순녹화물 시청, 보관, 유포, 미신고, 은폐, 동조 혐의로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연합지휘부(이하 연합지휘부)에 체포됐다.
소식통은 “어머니날(11월 16일)에 고급중학교 학생들이 한 학생의 집에 모여 술을 마시면서 남조선(남한) 노래를 틀고 춤을 추며 놀았는데, 모임에 초청받지 못한 다른 학생이 앙심을 품고 해당 사실을 신고했다”며 “연합지휘부는 신고를 토대로 집을 급습해 수색했고 이 과정에서 외국 노래, 영화, 동영상 등이 담긴 메모리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후 연합지휘부는 불순녹화물의 출처를 파악하기 위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사를 벌였고, 최초 유포자로 특정된 고급중학교 학생 4명을 붙잡았다.
북한은 지난 2020년 12월 외부 영상물 유입, 유포행위에 관한 처벌 규정을 담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했고, 지난 9월 전국법무일꾼대회를 해당 법의 엄격한 집행을 주문한 바 있다. 외부 영상물의 유입, 유포행위를 체제 위협 요소로 판단하고 강력한 법 집행에 나서는 모습이다.
다만 이번에 체포된 학생 중 1명이 구류장 내 가혹행위와 구타로 인해 사망하면서 분란이 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구류장에 있던 이 학생은 변이 급해 계호원에게 변을 볼 시간을 달라 요구했으나 계호원이 이를 묵살했고 결국 바지에 실수를 했다”며 “이에 격분한 계호원은 거꾸로 서 있으라는 벌을 줬는데 학생이 자꾸 쓰러지자 때렸고 그 과정에 학생이 바닥에 머리를 세게 부딪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계호원은 정신을 잃은 학생을 병원으로 호송하지 않고 구류장 한편에 그대로 내버려 뒀다고 한다. 그로부터 한참이 흘러 뒤늦게 병원으로 보냈지만 결국 학생은 사망하고 말았다는 전언이다.
이후 시신을 인계받고 경위를 알게 된 가족은 중앙당에 이 사안을 신소하고 국가보위성 고위 간부로 있는 친척에게도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사망한 학생의 큰아버지가 국가보위성 간부”라며 “결국 그가 나서서 가족들에게는 웬만하면 일을 조용히 처리하자며 제기한 신소를 철회하라고 설득하고 연합지휘부를 통해서는 구류장 계호원을 제대시키고 가족에게 사망에 대한 보상을 해줄 것을 요구하며 중재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나라에서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불순녹화물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괜히 일을 더 크게 만들지 않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소식통은 “불순녹화물 유포 혐의로 체포된 학생들의 수사부터 재판까지는 5~6개월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초 유포자 여부, 시청 건수, 유포된 건수, 사상적 발언 동향 등에 따라 처벌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보가 입수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설명자료에 따르면 법 제27조에는 ‘남조선 영화나 녹화물, 편집물, 도서를 유입, 유포한 경우에는 정상에 따라 무기노동교화형 또는 사형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단독] “南영상물, 대량 유입·유포 시 사형”…대남 적개심 노골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