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동사상문화배격법 위반으로 임시 구류됐던 91훈련소 소속 군인이 현지 부대 보위부 영창 관리대원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한 뒤 사망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2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군 소식통에 따르면 91훈련소 직속 승용차 관리소에서 운전수로 복무하던 20대 하전사 김모 씨는 시내를 오가며 구해온 통제품 영상물들을 보고 유포시켰다는 의심을 받아 지난달 27일 밤 훈련소 보위부 사무실에 임시 구류됐다.
부대 보위부는 김 씨를 영창으로 끌고가기에 앞서 초동수사 차원으로 그를 사무실에 가둬 놓고 불순녹화물 시청, 유포 행위에 대한 자백을 받아내려 했다.
그러나 김 씨는 부대 보위부가 이튿날 새벽까지 잠을 안 재우고 괴롭힌 데 반감을 품고 갑자기 문을 박차고 뛰쳐나가려다 출입문에서 붙잡혔고 이후 보위부 영창관리대원 4명에게 10여 분 이상 집단 구타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난 뒤 김 씨는 영창으로 옮겨졌으나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고 한다.
이에 91훈련소 지휘부 측은 즉시 내사에 착수했다. 수사 결과 보위부 영창관리대원들이 달라붙어 김 씨에게 주먹질, 발길질하는가 하면 총탁(개머리판)으로 두들겨 팬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 영창관리대원이 곤봉으로 김 씨의 머리를 내려쳐 졸도에 이르게 했다는 사실도 조사 과정에 밝혀졌다.
곤봉을 휘둘러 치명타를 가한 군인은 김 씨가 문을 박차고 도주했다면 자신이 얼마나 상부의 질타를 받을지 생각하다 화가 치밀어 힘을 조절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는 전언이다.
김 씨가 사망하면서 그가 시청·유포한 불순녹화물을 어디서, 누구에게 구했는지 그 앞선을 찾는 수사도 수포가 됐고, 결국 91훈련소는 김 씨를 ‘훈련 중 부주의로 인한 사망’으로 처리해 사망통지서를 고향에 보내기로 했다.
단 며칠 새 20대 군인이 붙잡혀 가 사망하자 부대 내에서는 ‘우리가 저렇게 맞아 죽어도 부대에서 훈련 중 사고사로 고향에 통지문 하나 보내면 그만’이라는 뒷말이 쏟아졌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구타자들은 죄를 짓고 도망가려던 범죄자를 제압하는 과정에 일어난 불의의 사고였다고 하지만 일반 하전사들은 ‘힘없는 사람은 설령 자다가 죽었다 해도 그게 사인’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91훈련소 대열부에서는 같은 고향 출신으로 김 씨와 함께 입대한 동기들을 중심으로 편지, 전화 등으로 그의 사망에 대한 헛소문을 퍼트리지 말고 심지어 제대된 뒤에 가서도 이 사건에 대해 함구무언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한편, 91훈련소 보위부는 김 씨를 구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이들을 훈련소 대열부 명령으로 일 계급 강등하고 2개월간의 노동단련 후에 일반 구분대로 배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서는 ‘이들이 모두 훈련소 책임 간부나 상급 부대의 부탁자들이라 속전속결로 경한(가벼운) 처벌을 받은 것’이라는 비판적인 여론이 일고 있다고 소식통은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