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수뇌부 보위 사업을 명목으로 평양시 출입을 차단하면서 지방의 중증 환자들이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강도 소식통은 8일 데일리NK에 “화평군에 사는 여성 주민이 병을 진단받기 위해 지난 8월부터 평양 여행증명서를 신청했는데 현재까지 발급 승인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이 여성은 현재 심한 고통을 호소하며 자가 치료 중에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50대 여성 최모 씨는 지난 6월 코로나 증세를 겪고 난 후부터 배가 붓고 살이 빠지는 등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이에 군 병원은 물론 강계시 병원에도 갔으나 제대로 된 진단을 받지 못했고, 집에서 치료하는 개인 의사까지 찾아갔지만 정확한 병명이나 원인을 알지 못했다.
이에 결국에는 ‘미신쟁이’(무속인)까지 찾는 등 원인 모를 병 치료를 위해 별의별 방법을 썼으나 차도가 없어 수도 평양에 있는 병원을 찾아가 보기로 결심하고 평양 여행증명서를 신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증명서 발급 승인 기관에서는 “조금만 기다리라”는 답변만 할 뿐 수개월이 넘도록 증명서를 발급해주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북한은 지방에 사는 주민들의 평양시 출입을 극히 제한하고 있다. 국가적 명절이나 기념일 계기에 진행되는 행사에 참가하는 인원들을 제외하면 일반 주민이 평양에 가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평양 출입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출입 신청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그렇게 하더라도 증명서 발급이나 승인번호를 받기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 최 씨의 경우 지방 의료기관에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지 못해 평양에 있는 병원에 가려고 증명서 발급을 신청했지만,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몇 달째 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강계시의 한 여성 주민 김모 씨도 유방암 치료를 위해 지난 8월부터 평양시 여행증명서 발급을 신청했지만, 여전히 감감무소식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 씨는 “그냥 죽으면 되지, 평양 간다고 죽을병이 낫겠느냐”면서 주변에 처지를 한탄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주민들 속에서는 “다른 것도 아니고 목숨과 관련된 병 치료를 위해 평양에 들어가는 것도 안 된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지방 사람은 사람도 아니냐”는 등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심각한 병을 앓고 있는 지방 주민들은 평양 중앙병원에서 치료받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평양 중앙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은 이제 옛말이 됐다”면서 “정말 돈이 많거나 간부들이 아니면 평양에 들어가거나 평양 중앙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