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난에 김장을 포기하는 세대가 늘어난 상황에서 일부 북한 주민들은 김치를 대체할 만한 음식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2일 데일리NK에 “올해 김치를 담그는 집은 지난 3년간 거덜 나지 않은 갑부 중의 갑부거나 간부밖에 없다”며 “오히려 김장하는 세대들이 더 ‘열스럽다’(창피하고 낯 뜨겁다)고 말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북한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에 따른 국경봉쇄 여파로 인해 물가가 상승하면서 주민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몇 년간 반복되는 가뭄, 폭우, 태풍 등 자연재해로 채소 농사도 타격을 받아 매년 이맘때쯤이면 ‘전투’라 불릴 만큼 대대적으로 진행되는 김장을 포기하는 주민들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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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길고 식료품이 부족한 북한에서 김치는 ‘반년식량’으로 불리는데, 이 때문에 주민들은 김장을 반년식량을 준비하는 중요한 연중행사로 여겨왔으나, 최근 몇 년간 김장할 여건이 되지 않는 주민들이 많아지면서 주민들은 대체 음식 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11월 중순이 되면 배추, 무, 가두배추(양배추), 갓나물, 상갓 등을 심었던 농장 밭들에서 수확이 완전히 끝난다”면서 “그러면 여러 가정에서 배낭과 앞차대(잎을 담을 때 앞에 메는 보자기, 천 주머니 따위)를 메고 구루마(수레)를 끌고 다니면서 남새(채소) 겉잎주이(겉입줍기)를 하고 다닌다”고 말했다.
농장에서 수확이 마무리되면 주민들은 그 주변에 떨어져 있거나 버려진 채소 잎들을 주워다가 완전히 짜게 절여 독에 묻어 놓고, 끼니때마다 조금씩 꺼내 국거리를 해결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아울러 소식통은 “올해 인기는 마른미역”이라며 “그런데 그것도 돈 있는 사람들 이야기지 그마저도 못사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김치의 빈자리를 채울 음식으로 마른미역을 준비하려 하지만 이마저도 경제적으로 조금이나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나 가능한 일이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낟알 부족에 남새도 마음대로 먹을 수 없는 형편에 김장은 생각도 못 하는 주민들이 너무 많아지고 있는데 국가는 특별한 대책이나 공급은 생각도 않고 있다”며 “주민들은 빨리 국경봉쇄가 풀리고 물류 유통도 정상화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