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표’ 사용하는 개인 사라졌다…기업소는 여전히 사용 중

北, 기존 행표 문제점 보완한 새로운 기업용 거래 수단으로 '행표책' 구상중

북한 돈표(2021년 발행). /사진=데일리NK 내부 소식통 제공

북한 당국이 부족한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돈표’를 발행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최근에는 개인의 돈표 사용이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업소에서는 여전히 돈표를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평양을 비롯한 북한 대도시에서는 돈표를 사용하는 개인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북한 당국은 개인이 외화상점이나 백화점 등에서 상품을 구매하려 할 때 환전소에서 외화나 국돈(북한돈)을 돈표로 바꾼 후 돈표로 상품을 직접 결제하게 하는 방식으로 돈표 유통을 조장해왔다.

하지만 돈표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도가 낮아 자발적으로 외화나 국돈을 돈표로 바꿔서 사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은 시범적으로 돈표를 소량 발행해 평양 등 주요 도시에 유통시켰지만, 워낙 발행 규모가 적은 데다 돈표를 현금과 바꾼 후 이를 곧바로 소진해버리는 경우가 일반적이어서 발행량 대부분이 환수됐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이후에 개인 대상 돈표를 확대 발행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다만 당국이 기업소나 기관을 대상으로 발행한 5만원권 돈표의 경우에는 여전히 현금을 대신한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북한 당국은 올 상반기 5만원권 돈표를 발행한 후 4급 이하 지방 기업소에 돈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북한, 지방 기업소들에 ‘5만원권 돈표’ 사용 지시…이유가?)

기존에도 북한 기업들은 자재 등을 구매할 때 담보 한도 내에서 현금 없이 서류로만 거래하는 무현금행표를 사용했다.

이 때문에 돈표의 기능이 무현금행표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많았으나 북한은 행표의 오남용과 이로 인한 부정부패, 자원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 행표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두고 기업용 돈표를 유통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현재 북한 당국은 기존 행표의 문제점을 보완한 새로운 기업 간 결제 수단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국가계획위원회와 조선중앙은행은 낱장으로 되어 있던 행표를 묶어서 필요시마다 떼어 쓰는 형태의 ‘행표책’을 구상하고 있다.

돈표처럼 중앙은행의 고유 발급번호가 인쇄돼 있고 액면가가 정해져 있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소식통의 주장이다.

기존 무현금행표는 국가가 유통량을 명확히 집계하기 어려웠지만, 중앙은행의 발급번호와 고유 액면가가 함께 정해진 행표가 발행된다면 무현금 결제 수단의 유통량을 국가가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고 통제도 비교적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행표책’이 기업 간 거래 수단으로 새롭게 발행된다면 현재 사용되고 있는 5만원권 기업용 돈표가 완전히 사라지게 될지, 지금처럼 행표와 돈표가 병행 사용될지는 명확히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