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이 다가왔지만, 생활난에 김장을 포기하는 북한 주민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20일 데일리NK에 “혜산시에서는 지난 15일부터 김장이 시작됐는데 올해 김장하는 세대가 많지 않다”며 “올해 배추 가격이 비싸지 않음에도 주민들이 생활난 때문에 김치를 담글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는 추위가 일찍 찾아오면서 지난해보다 김장철이 빨리 시작됐다.
특히 올해는 배추와 무 가격(18일 기준)이 1kg당 각각 1000원으로, 지난해보다 500원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벌레 먹은 것들이 많고, 속도 차지 않아 지난해보다 싼값에 팔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고춧가루 가격은 지난해보다 대폭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양강도 혜산시에서는 통고추 1kg이 3만 5000원~4만원에 팔리고 있으며, 고춧가루는 4만 5000원으로 작년에 비해 3배가량 오른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올해 가뭄과 폭우, 태풍피해로 작황이 좋지 않은데다 장사꾼들이 고추를 대대적으로 사들이면서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소식통은 “고춧값 상승이 주민들이 김장을 포기하는 원인 중의 하나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며 “하루 벌이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주민들은 김치를 담글 생각은커녕 한숨만 내 쉬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생활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은 대부분 김치 담그는 일을 뒤로 미루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인민반이 보통 25~30세대 사이인데, 현재 2~3세대 정도만이 김치를 담그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올해 추위가 빨리 오면서 김장보다 땔감을 마련하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이 됐다”며 “당장 먹는 문제는 물론이고 겨울나이(겨울나기) 화목(땔나무) 비용을 마련하는 것도 여의치않아 김장하지 못하는 세대들이 수두룩한 것”이라고 말했다.
예년에는 직장에서 배추와 무를 조금씩이라도 공급해 형편이 안 되는 세대들은 백김치라도 담갔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직장의 김장용 채소 공급 자체가 없어지면서 김치를 담그지 못하는 세대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코로나 시작 전에는 아무리 못살아도 직장들에서 공급해주는 배추나 무로 적은 양이라도 김치를 담갔으나 작년부터는 간부들이나 잘사는 세대들을 제외하면 김치 담그는 게 쉽지 않은 일이 됐다”며 “밖에 나가 벌어야 겨우 5000원인데, 그 돈으로는 당장 시급한 쌀과 나무를 해결해야 하니 김장할 생각은 하지도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서 김치는 ‘반년식량’으로 불릴 만큼 주민들의 식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그러나 경제난이 심화하면서 갈수록 김장을 포기하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어 김장철이면 한숨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