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군서 일가족 4명 숨진 채 발견…유독가스 중독으로 추정

본격적인 추위에 불 피우고 잠들었다가 사망한 듯…열악한 주거 환경에 질식사했을 가능성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 노동자구의 살림집들.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양강도 삼수군에서 일가족이 유독가스에 중독돼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2일 양강도 삼수군 개운성리에서 50대 박모 씨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이들의 사망원인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연기나 유독가스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반도 북단에 있는 양강도는 기온이 낮아 겨울에는 영하 20도까지 내려갈 정도로 매우 추운 지역이다. 이 같은 기후 조건에서 양강도 주민들은 추위가 본격 시작되는 10월 초부터 저녁이면 아궁이에 불을 피워 방바닥을 덥힌다.

다만 이 과정에 구들이 갈라지거나 깨진 부분으로 연기가 올라와 일산화탄소 중독을 일으켜 주민들이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특히 양강도 농촌이나 산간 지역의 주민 살림집 대부분이 방바닥 미장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아 가을이나 겨울에 불을 지피면 방에 연기가 들어차 여러 번 환기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하루 일에 지친 주민들은 환기하는 것을 잊은 채 잠드는 경우가 많아 밤새 질식사하는 경우들이 발생하고 있다.

소식통은 “삼수군 안전부는 이번 박 씨 가족의 사망에 대해 조사에 나섰는데, 타살 혐의나 흔적이 없고 가족이 누운 채로 발견됐다는 점에서 연기에 의한 질식사로 사건을 종결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삼수군 안전부는 겨울철 유독가스 중독에 의한 사고방지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도시의 살림집들과 달리 농촌 마을에는 아직도 나무와 토피로 만들어진 살림집들이 많다”면서 “집안 살림이 어려워 모래와 시멘트를 구하지 못한 주민들이 진흙과 볏짚 또는 밀짚을 섞어 미장한 구들장에 불을 때면 방안에 연기가 가득 차 사고를 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이번 박 씨 가족의 사망 사건에 대한 책임은 주민들의 열악한 생활 조건을 방치하고 있는 국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