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내부적으로는 유사시에 대비한 가정용 비상용품 준비 상태를 검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27일 데일리NK에 “신의주시에서 지난 15일부터 도·시 민방위부가 합동으로 인민반 세대들의 가정용 비상용품 준비 상태 검열을 시작했다”며 “검열은 도·시 민방위부 성원 3명이 현지 인민반장과 매 세대를 돌면서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2일 전국에 주민들의 가정용 비상용품 준비 상태를 검열하고 유사시를 대비해 만반의 전투동원 태세를 갖추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평안북도 도당위원회는 도·시·군 민방위부들에 가정용 비상용품 준비 상태 검열 지시를 내리면서 도 민방위부 성원들을 시·군 민방위부에 파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하부단위의 허위 보고를 방지하면서 가정용 비상용품 준비 상태를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겠다는 의도라고 소식통은 말했다.
북한은 유사시를 대비해 가정에서 비상용품을 항시적으로 준비해놓도록 하고 1년에 한 번씩 검열해왔으나 최근 몇 년간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각 가정의 비상용품 준비 상태를 제대로 검열하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이 때문에 이번 검열에서는 가정별 식구 수에 따라 방독면 마스크를 구비하고 있는지, 의약품이나 초상화 보관함 등은 잘 준비돼 있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보겠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재 북한에서는 의약품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세대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지난해부터 감기 증상으로 앓는 환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의약품 가격까지 급등하면서 의약품을 갖춰 놓지 못한 세대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22일 신의주시 송한동의 한 인민반에서 진행된 민방위부의 검열에서 비상용 의약품을 갖추지 않고 있는 세대가 27세대 중 25세대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당일 저녁 인민반장은 인민반 회의를 열어 “2세대를 제외한 나머지 세대는 가정용 비상용품이 제대로 준비돼 있지 않으니 27일 검열이 다시 진행될 것”이라면서 “검열에서 지적받은 세대들은 26일까지 비상용품을 완벽하게 준비해놓으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다수 주민은 “가마에 들어갈 쌀도 없는데 돈이 어디 있어서 약을 사라는 것이냐”며 인민반장에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이번 검열 과정에서 일부 세대의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화 보관함이 습기에 젖어 찌그러진 상태로 발견돼 해당 세대가 정치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를 두고 소식통은 “장마에 천정에서 물이 새어 들어오기도 하고 특히 여름이면 땅집(단층집)들은 습기를 많이 받는다”며 “사람도 습기를 피하지 못하고 생활하고 있는데 초상화 보관함이 사람보다 더 소중한 건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