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에서 연로보장(정년퇴직) 나이가 돼 은퇴한 60대 남성들이 가족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9일 데일리NK에 “최근 청진시에서 연로보장을 받고 퇴직한 남성들 때문에 가족 간에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며 “퇴직 후 종일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남성들이 집안일에 일일이 참견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북한에서 남성들은 만 60세가 되면 직장에서 의무적으로 퇴직한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배급제가 유명무실해진 북한에서 남성들은 체제 특성상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면서도 직장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이에 북한에서는 사실상 여성들이 가족의 생계를 비롯한 집안의 모든 일을 책임지는 진정한 세대주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대부분의 남성은 가정 내에서 가장이라는 상징성만 띨 뿐, 생계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실제 가장의 역할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그나마 직장에라도 출근하면 돈을 벌어 오지 못하는 이유라도 있지만, 퇴직하면 남자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집에서 하는 일이란 잔소리하는 것밖에 없어 가족들의 미움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함경북도 청진시 청암구역의 60대 남성 최모 씨는 평생 직장에만 충실하고 집안일에는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다가 퇴직하고 난 뒤부터 집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참견하고 관여하면서 가족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이 문제로 칼부림까지 일어날 정도로 가정 내 갈등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지금 세상에 잔소리하면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면서 “가족이 아버지 때문에 집에 들어가기도 싫어할 정도인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느냐”고 말했다.
회령시 남문동에서도 최근 퇴직한 남성으로 인한 가정 갈등 사례가 포착됐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2일 회령시 남문동에 사는 60대 남성 한모 씨는 직장을 퇴직한 지 6개월 만에 집에서 쫓겨났다. 퇴직 후 아내의 장사 방식에 대해 지적하고 훈시하면서 싸움이 반복됐는데 그러다 결국 집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연로보장을 받는 사람 중에는 종일 집에 있으면서 잔소리를 달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평생 돈벌이도, 배고픔 해결도 되지 않는 직장 생활만 해오다가 퇴직하고 나서 가정에 도움보다는 피해를 주는 행동을 많이 하니 다른 가족들 속에서는 아예 없는 것이 낫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연로보장자들의 문제는 그들만의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제도적 문제”라며 “그들에 대한 사회적 대책이 제대로 없어 직장을 퇴직한 사람들이 가정에만 파묻혀 있다 보니 가정의 애꾸러기(말썽꾸러기)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