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9일까지 전국적으로 반항공(방공) 및 대피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름간 7차례의 미사일 발사와 전투기, 폭격기 12대를 동원한 사격 훈련 등 다양한 군사적 시위를 벌이면서 내부적으로는 실전에 대비한 주민 대응 훈련을 진행한 셈이다.
황해북도 소식통은 12일 데일리NK에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9일까지 전국적인 반항공 훈련과 대피 훈련이 진행됐다”며 “황해북도의 시, 군들에서는 도 민방위부의 지시에 따라 10리, 20리 대피 훈련까지 진행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실제 지난 2주간 임의의 시간에 사이렌을 울려 주민들이 대피하는 훈련이 반복적으로 진행됐다. 특히 지난 6일과 8일에는 오전부터 대피 훈련을 진행하고, 야간에는 반항공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항공 훈련에서는 각 지역의 안전부 안전원들과 규찰대들이 거리와 마을을 돌며 주택에서 불빛이 새어 나오는지를 꼼꼼히 검열하면서 불빛이 발견된 세대들에 대한 단속 사업을 진행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 훈련에서 노농적위대와 붉은청년근위대는 전투 복장을 갖춰 입고 공장 기업소와 학교에서 특별경계근무를 수행했으며, 7세 미만 아동과 노인, 부녀자들은 지정된 방공호로 이동해 30분에서 1시간가량 대피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그동안의 반항공 및 대피 훈련은 대내외적 정세에 따라 하루나 이틀 정도 진행됐으나 이번에는 훈련이 장기간 진행돼 북한 내부 주민들 속에서는 ‘진짜 전쟁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주간 대피 훈련에 참여하지 않은 주민들을 단속해 인근 협동농장들에 보내 저녁 늦은 시간까지 볏단 나르기 작업을 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사리원시에서는 지난달 25일부터 진행된 반항공 및 대피 훈련 과정에서 90여 명의 주민이 안전원들에게 단속돼 볏단 나르기 처벌을 받았으며, 특히 사리원시 대성동과 구천동의 장마당 인근으로 이동하던 주민들이 많이 단속돼 볏단 나르기 작업에 강제 동원됐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소식통은 “갑자기 경보가 울리면 길 가던 사람들이 어디로 피하겠느냐”며 “그런데도 안전원들은 눈에 보이는 사람들을 마구 단속해 인근 농장으로 데려가 볏단 나르기를 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리원시 대학교들에서도 오전 강의 도중 대피 훈련을 진행하기도 하고, 오후에는 대학교가 폭격받는 상황을 가정해 10리 이상 떨어진 시 안의 협동농장으로 대피하도록 하는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학교들에서도 대피 훈련으로 농장에 집결한 학생들에게 볏단 나르기 작업을 시켜 불만을 샀다고 한다.
실제 사리원공업대학과 강건사리원의학대학은 각각 미곡리와 정방리의 협동농장을 대피 장소로 정해 학생들을 이동시키고 현지에서 인원 장악을 마친 뒤 학생 1명당 벼 100단을 나르게 하고 일을 끝낸 순서대로 귀가시켰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대피 훈련을 하겠다고 했으면 대피 훈련을 해야지 볏단 나르기가 웬 말이냐”며 “가을철이면 항상 농촌일손 돕기에 대학생들을 동원했지만, 이번에는 대피 훈련을 명목으로 학생들을 동원한 것이라 불만이 상당했다”고 전했다.
한편, 양강도를 비롯한 북‧중 국경 지역에서는 같은 기간 저녁 9시부터 12시까지 반항공 훈련만 진행됐고 대피 훈련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나친 긴장감 조성이 주민들의 체제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반항공 훈련만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