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 구호·깃발 잘못 걸었다가 정치적으로 문제시…뇌물로 무마

도당 선전부 일꾼들 실수를 빌미로 돈 뜯어내…공장 노동자들 "졸렬하고 비열" 맹비난

함경북도 청진금속건설연합기업소에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을 더욱 힘있게 벌리자!’는 구호가 내걸려 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평안남도 양덕군에 있는 한 공장에 선전용 구호가 거꾸로 내걸려 정치적으로 문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6일 데일리NK에 “지난달 말 평안남도 양덕군의 한 누에고치 생산공장에서는 도당에서 검열을 내려온다는 소식에 급히 선전용 깃발과 구호를 내걸었는데 밤에 바쁘게 걸다 보니 깃발 한 개와 구호 한 개가 거꾸로 세워져 정치적으로 문제가 불거졌다”고 전했다.

실제 도당 선전부는 검열 전날 미리 통보하고 이튿날 아침 일찍이 누에고치 생산공장에 들어섰다가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 구호와 자력갱생 깃발이 거꾸로 걸린 것을 발견하고 이를 정치적인 문제로 몰고 갔다고 한다.

이에 도당 선전부는 즉각 공장 당 비서를 호출해 현장에서 추궁하고 비판서를 쓰게 하는가 하면 매일 도당에 불러들여 정치적 문제라며 으름장을 놓고 몰아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 당 비서 스스로도 이 일이 비록 실수에서 비롯된 일이지만 정치적으로 몰리기에 충분하다고 보고 공포감에 휩싸여 잔뜩 몸을 낮췄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도당 선전부는 이 문제를 가지고 당 비서의 목을 조이면서 이 문제를 더 키우겠느냐 아니면 깔끔하게 처리하겠냐는 의뭉스러운 질문까지 했는데 당비서는 이내 눈치를 채고 당장 돈주에게 달려가서 돈을 꿔서 두툼한 돈 봉투를 찔러줬다”고 말했다.

이 일이 중앙에까지 보고되면 자신을 포함해 공장 일꾼 전체가 물갈이되고 군당까지도 문제시되는 등 큰 후폭풍이 예상됨에 따라 공장 당 비서는 제발 정치적인 문제로 끌고 가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면서 도당 일꾼들에게 뇌물을 바친 것이라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결국 도당 일꾼들은 두툼한 돈 봉투를 챙겨 사라졌다”면서 “이후 당 비서는 공장 지배인 등 일꾼들 몇 명을 불러 이번에 큰 실수를 저질러 공장과 공장 당위원회가 큰 위험에 빠질 뻔했다면서 무마용으로 쓴 돈은 공장에서 생산량을 조절해 물어내기로 토의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공장 노동자들은 ‘일부러 한 짓도 아니고 밤중에 지시가 내려와 바쁘게 하다 보니 저지른 실수인데 당에서 이런 것조차 이해를 못해 정치적으로 끌고 가려 하고 그것으로 돈을 받아 챙기는 것이 너무 졸렬하고 비열하다’며 비난을 퍼부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노동자들은 ‘가을을 맞으며 공장의 경제적 사정도 안 좋아 올해 계획수행도 문제고 당장 월동준비도 앞에 둔 상태인데 위에서는 내려오면 사사건건 문제 삼아 돈을 뜯어내고 개인 욕심을 채우려 하니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