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걷이 시작되자 北 시장 쌀값도 다소 하락…평균 5700원

근 3년 10월 초 가격 비교하면 올해 최고가…당 창건일 앞두고 쌀아닌 벼 그대로 공급 '꼼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일 올해 농사를 성공적으로 결속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신문은 “문명하고 훌륭한 생활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하여 크나큰 노고를 바쳐가시는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의 하늘 같은 사랑과 은정에 기어이 쌀로써 보답하자”고 선동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에서 가을걷이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시장의 쌀 가격이 다소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올해 농사 작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추수가 끝난 이후에도 곡물 가격 하락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 결과 지난 3일 기준 평양, 신의주, 혜산의 평균 쌀(1kg) 가격은 5700원이었다.

지난 7월과 8월 6000원대로 가격이 치솟았던 쌀 가격은 9월 이후 지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보통 9월 말이면 옥수수, 밀, 보리 등 이모작 작물 수확이 마무리되고 대체 식량이 시장에 나오기 때문에 쌀 가격이 하락하는 양상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당 창건일(10월 10일)을 맞아 당국이 당과 군, 행정 기관에 식량을 일부 공급하고 해당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서 쌀 가격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20년 1월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명목으로 국경을 봉쇄한 이후 3년간의 10월 초 쌀 가격 중에서는 올해가 가장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20년 10월 초중순의 북한 시장의 쌀값은 1kg에 평양 4500원, 신의주 4470원, 혜산 4750원으로 최근 3년 중 가장 낮았다. 이듬해인 2021년 10월 초 쌀값은 평양 5000원, 신의주 5000원, 혜산 5500원으로 5000원대를 기록했다.

2020년과 2021년 10월 초순 평양, 신의주, 혜산 등 세 지역의 평균 쌀값은 각각 약 4570원, 약 5170원으로, 올해 평균값인 5700원보다 낮았다.

북한의 국경봉쇄 이후 쌀보다 가격 상승률이 두드러진 곡물은 단연 옥수수(강냉이)다.

지난 3일 기준 평양, 신의주, 혜산 세 지역의 평균 옥수수 가격은 1kg에 2960원이며, 평양을 제외한 신의주, 혜산에서는 여전히 3000원대 초반의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10월 초중순 평양, 신의주, 혜산 세 지역의 옥수숫값 평균이 151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의 평균 옥수수 가격은 2년 전보다 2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옥수수 추수가 마무리됐음에도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은 것은 북한의 경제난이 장기화하면서 구매력이 낮아진 북한 주민들이 쌀보다 저렴한 옥수수를 구매하고 있는 데다 북한 당국의 농업 정책으로 옥수수 생산 규모가 예년보다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편, 복수의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가을걷이가 시작된 농장들의 수확 성과가 예상보다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당 창건일을 맞으면서 당과 군 간부들에게 겉겨가 그대로 있는 벼 낟알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정된 쌀을 공급하지 않고 그보다 무게가 나가는 도정하지 않은 벼를 공급했다는 설명이다.

도정하지 않은 벼 10kg은 도정한 쌀 7kg과 같기 때문에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공급으로 소진되는 쌀의 30%가량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소식통은 “농사가 잘 안된 해에는 이렇게 (도정 안 된) 벼를 통째로 공급한다”며 “쌀장사하는 사람들이나 돈 있는 사람들은 가을걷이가 되자마자 쌀을 확보해두려고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