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본 북녘] 남포특별시 강선 핵시설의 정체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미-북 회담 당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김정은에게 진정한 핵 포기 의지의 표시로 영변 핵단지를 포함한 5대 핵시설 모두의 폐기를 요구한다. 이에 허를 찔린 듯 깜짝 놀란 북한은 낡고 노후화된 영변 시설 외에 양보할 수 없다는 강경 방침에 따라 회담이 결렬되게 되는데, 이 5대 핵시설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진 강선 시설에 대해서 세부사항을 구글어스에서 살펴보았다.

일대의 전경과 지리

그림 1에서 강선 핵시설은 남포특별시 천리마구역 고창리에 위치하며, 평양과는 경계를 접하고, 대동강과 1.3km 지근거리에 있다. 영상에서 좌측에 평양과 남포를 잇는 고속도로인 ‘청년영웅도로’가 지나는데, 진출로를 나와 1.2km 거리에 이르면 강선 핵시설로 진입하게 된다. 또한, 평남선 철길이 바로 시설 옆을 지난다.

그림 1. 남포특별시 강선 핵시설 일대 전경이다. 평양과 가까운 데다 지근거리에 평양-남포간 청년영웅도로가 지나고 진출입로를 통해 차량 접근이 쉬우며, 방호시설이 허술해 보인다는 점에서 엄중 보안을 요하는 우라늄농축시설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이 있다. /사진=구글어스 영상

강선 핵시설

강선 핵시설 지역을 확대해서 살펴보면 그림 2와 같다. 시설의 명칭과 용도에 대해서는 38 노스와 AccessDPRK의 분석기사 및 표적자료 등을 참조하였다.

그림 2. 강선 핵시설에는 우라늄농축시설(추정), 작업장과 경비 및 행정/지원시설 등이 있다. 영생탑과 기념비도 있고, 좌측 도로변에는 옥수수를 널어 말리는 모습(노란색)도 보인다. /사진=구글어스 영상

강선 핵시설의 부지면적은 6.7ha 정도 되며, 중앙에 대형 공장건물이 있고 주변에 행정/지원 및 경비시설과 주거단지가 있다. 선전 및 체재 찬양의 기념비와 영생탑도 보인다. 평양-남포를 잇는 평남선 철길이 바로 옆을 지난다.

시설의 정체

중앙에 대형 공장건물이 있는데, 크기가 약 50m×114m 정도 된다. 그런데, 시설의 정확한 정체 및 용도에 대해서는 아직 분명치가 않고 이에 대해서는 몇 가지 견해가 서로 의견을 달리한다. 그간에는 핵무기인 우라늄탄을 만드는 우라늄농축시설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즉, 공장 안에서 대규모 시설의 원심분리기가 돌면서 고농축 우라늄을 만들고 핵무기를 생산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다른 의견은 공장건물 기초공사할 때인 2000년대 초반 위성사진을 보면, 건물바닥이 허약해 보인다는 것이다. 원심분리기가 회전하면서 일으키는 진동을 감내할 만큼 바닥이 탄탄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첫 이유였고, 둘째로는 도심에서 가깝고 외부에 노출이 돼 있으며 경비 및 방호시설이 극히 중요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엄중하지 못하고 허술해 보인다는 것이다. 영변 핵단지의 경우 구룡강을 끼고 주변 천연 지형이 자연스레 외부 접근을 제한하면서 아울러 엄중 방호시설을 겸비하고 있으며, 풍계리 핵실험장의 경우에는 함경산맥 외딴 고립 산간지역에 숨듯이 은거해 있으면서 삼중, 사중의 경비 및 방호시설로 엄격히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림 1에서도 보듯, 강선 핵시설은 고속도로 지근거리에 있으며 진출입로를 통해 외부 차량 접근이 쉬워 보인다. 또한, 원심분리기 시설에는 통풍 및 환기시설이 필요한데 이것이 영상에서 공장건물 지붕에서 식별이 안 된다는 점 등의 이유를 들어 대형 공장건물이 원심분리기 시설이 아닐 수 있다고 일각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들 주장에 의하면, 강선 핵시설은 고농축 우라늄처리시설일 가능성은 낮아 보이고 대신 원심분리기 또는 관련 부품 등을 생산하는 주요 시설 정도로 본다는 것인데, 어쨌든 중요한 핵관련 시설임에는 변함없는 것 같다.

대공 방호시설

강선 시설 부지를 둘러싼 경비시설 외에 인근 지역에 설치된 방호용 군사 시설 등을 그림 3에서 찾아보았다.

그림 3. 강선 핵시설 인근에 대공포 진지가 네 군데(산등성이 2곳, 평야 저지대 2곳) 배치되어 있다. 중요 보안 시설을 공중 폭격에 대비하여 엄중 방호하는 것이다. /사진=구글어스 영상

그림 3에서는 대공 방호시설이 네 군데 식별되었다. 낮은 산등성이에 2곳, 평야 저지대에 2곳 등 4곳이다. 강선 핵시설 지근거리에 공중 폭격에 대비하여 대공 방어시설이 네 군데나 배치돼있는 것이다. 중요 보안시설을 엄중 방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 4에서 대공포 진지 2곳을 확대해 보았다. 산등성이와 평야 저지대에 있는 진지 모두 각각 8개의 포좌가 배치돼 있다.

그림 4. 대공포 진지를 확대한 영상이다. 산등성이와 평야 저지대 모두 8개의 포좌가 각각 설치돼 있는 것이 보인다. /사진=구글어스 영상

강선 시설의 정체 및 정확한 용도는 불분명하지만, 주변에 4곳이나 되는 대공 방어시설을 갖추고 엄중히 방호한다는 점과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5대 핵시설 중 하나로 지목하며 폐쇄를 요구했다는 점 등을 종합할 때, 핵 관련 주요 시설임에는 틀림 없어 보인다. 단지 외딴 산간 깊숙이 숨듯이 고립돼 있지 않고 고속도로변에 노출돼 있으며 철길이 바로 옆을 지나고 평양과 붙어 있다는 점, 방호시설이 허약해 보이고 또한, 우라늄농축시설에 꼭 있어야 할 환기 및 통풍시설이 건물 지붕에서 식별되지 않는다는 점 등이 석연치 않고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는다.

맺음말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김정은은 불쾌함과 모욕감만 잔뜩 안고 소득 없이 빈손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것도 평양까지 전용 열차 타고 2박 3일간(60여 시간)을 분노를 삭이면서 가야 했는데, 이를 딱하게 여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전용 비행기를 빌려줄 테니 타고 가라는 제안을 한다. 이러한 친절한 배려와 제안마저도 김정은에게는 치욕과 모욕으로 들렸을 것이다.

김정은은 지난 우리 문 정부의 적극적이고도 강력한 권고로 반신반의하면서 우물 안의 은둔 왕국에서 모처럼 남방 하노이로 해외 장거리 나들이 행차를 한 것이었다. 그런데, 세계의 조롱을 받으면서 연인에게 바람맞은 듯 쓸쓸히 먼 거리를 기차 타고 돌아가야만 했으니, 가히 그의 실망감과 분노와 자괴감이 어떠했을지 상상이 갈 듯하다. 이후 북한은 우리 지난 문 정부에 등을 돌리고 불만감을 표시하는데, “삶은 소대가리…”라는 등 대놓고 비하하였고, 심지어는 평양 옥류관 냉면 주방장마저도 우리 문 대통령을 향해 “평양 와서 냉면 먹을 땐 듯 요사를 떨더니, 돌아가서는…” 어쩌고 하며 저급한 표현을 써가며 조롱하였다.

나아가서는 개성에 있던 남북 연락사무소를 북한이 일방적으로 통보 없이 폭파하였고, 금강산에 있는 우리 현대아산 재산시설도 무단 철거하고 또한, 남측 비무장지대에 몰래 잠입하여 폭발물을 설치해서 우리 젊은 군인 두 사람이 다리가 절단되는 등 큰 인명피해를 입혔다.

이러한 북한의 도발 행위는 이후에도 계속되어 최근 7차 북핵실험 가능성 예고와 함께 유사시 핵무기를 사용하여 대한민국을 응징하겠다는 엄포와 협박을 늘어놓고 있는 실정이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정은에게 정작 톡톡히 실망과 망신을 안겨준 당사자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당시 우리 문 정부는 어떡하든 북한을 도와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풀어서 평화적으로 좋게 해결하려는 선의의 의도였음을 김정은은 믿고 또한 그렇게 이해해야 할 것이다.

젊은 지도자여 이제는 그만 쿨하게 화를 푸시라!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