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북도 가을밀‧보리 종자 가격 지난해比 3배 올라…왜?

식량 부족에 주민들이 종자 알곡까지 다 먹어치우면서 물량 부족…파종 어려움 겪어

황해남도 안악군 대추협동농장의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황해북도에서 가을밀·보리 씨뿌리기가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종자 가격이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올라 파종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4일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밀·보리 파종 시기에는 종자 1kg당 가격이 각각 4400원, 4200원이었으나 올해는 1만 6000원, 1만 5500원으로 3배 이상 올랐다.

올해 가을밀·보리 종자 가격이 크게 상승한 원인에 대해 소식통은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현지 주민들이 농장에서 맡긴 종자를 식량으로 소비하면서 종자 부족 현상으로 이어져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황해북도 주민들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심각한 식량난을 겪었다”며 “특히 지난 2월부터는 풀죽을 쑤어 먹는 농장 세대가 급증하고 ‘내년도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먹는 문제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 황해북도 봉산군 일부 협동농장들에서는 가을밀·보리 종자 알곡 보관 관리를 리 관리위원회와 작업반들에서 해왔는데, 일부 작업반들에서는 종자 알곡을 도둑질당할 수 있다는 우려에 책임 있는 농장원 세대에 종자를 맡겨 보관 관리해왔다고 한다.

다만 식량난에 봉착한 농장원 세대가 보관 관리하던 종자 알곡마저 다 먹어 버리고, 농장들에서도 농장원 세대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자 알곡을 풀어 종자가 턱없이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가을밀·보리 파종이 시작되면서 농장들이 가뜩이나 없는 종자를 확보하려고 나서다 보니 종자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이에 가을밀·보리를 생산하는 황해북도 봉산군, 황주군 등지의 농장들에서는 지난해보다 크게 오른 가격으로 종자를 구해 겨우 파종을 진행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가을밀·보리 농사는 국가적 지시에 따라 수년 전부터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나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입장에서는 항상 빚만 지는 장사”라며 “가을밀·보리 농사를 지어봤자 평양맥주공장을 비롯해 맥주와 빵을 생산하는 공장이 접수해가고 나면 실제 농민들에게 차례지는(분배되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도 국가는 농민들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밀·보리 농사에서 대풍을 일으킬 것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일부 주민들 속에서는 ‘차라리 가을밀·보리 농사를 안 짓는 게 낫겠다’는 불평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