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농기계 보내주자 현지선 행사 또 행사…주민 반응은?

"연유 부족한데 새 농기계 얼마나 활용할지..."…내부선 해마다 농기계 해결해줄 것이라는 소문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7일 황해남도 해주시 광장에서 25일 농기계전달모임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수공업부문에서 만든 5500대의 농기계를 황해남도에 보냈다면서 “나라의 제일 큰 농업도인 황해남도를 중시하시고 농업생산에서 기치를 들고 나가도록 각별히 관심하시며 크나큰 사랑을 거듭 베풀어주시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최대의 곡창지대인 황해남도 일대에 군수공업부문에서 새로 만든 농기계 5500대가 보급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지 주민들 속에서는 새 농기계를 반기는 반면에 차가운 시선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3일 데일리NK 황해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황해남도에 배려한 농기계들은 지난달 25일 해주시 광장에서 진행된 농기계전달모임 후 이튿날인 26일 아침부터 오후 늦은 시간까지 각지 농장들에 전달됐다.

북한의 도로 상황이 워낙 열악한데다 5000대가 넘는 기계들이 일제히 이동하게 되면서 현지 도착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됐다는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도적으로 진행된 대대적인 농기계 전달 행사 이후 각 지역에서도 농기계전달식과 이른바 ‘원수님(김정은)께 드리는 충성의 선서모임’ 행사가 진행돼 주민들의 불만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황해남도 재령군에서는 지난 26일 군 안의 리당위원회와 관리위원회 일꾼들과 일부 농장원들을 군(읍)에 불러들여 제2의 농기계전달모임을 진행했다. 가을걷이로 한창 바쁜 농민들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오전 9시에 모였고, 무려 5시간을 대기한 끝에 행사가 진행됐다고 한다.

이 행사에서 군당 책임비서는 “우리 농민들을 힘든 일에서 해방시켜주기 위해 원수님께서 새 농기계를 보내주셨다. 원수님의 사랑과 배려에 우리 농민들은 쌀로써 보답해야 한다”고 선전했고, 농민들은 충성의 선서모임까지 진행된 뒤에야 귀가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여기(북한)서 가을은 ‘일손이 부족해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하는 시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매우 바쁜 시기”라며 “일손이 형편없이 부족한 실정에서 바쁜 농민들을 오랜 시간 잡아놓고 시간을 낭비하니 좋아할 리 만무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소식통은 “도에서 행사했으면 됐지, 군에서는 왜 또 하는지 모르겠다는 주민들이 많았다”며 “새 농기계들을 군과 리, 작업반 단위로 배정해주면 되는데 바쁜 사람들을 종일 잡아놓고 맹세나 다지게 하고 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이밖에 황해남도 안악군에서는 26일 새 농기계 보급과 관련한 행사가 열린 후 리 단위로 농기계를 배정하는 사업이 진행됐다. 다만 새 농기계들을 인계받은 상촌리와 운풍리에서는 기계를 운반할 운전수(운전기사)가 부족해 다음 날 아침까지 밤샘 운반 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기계로 농사를 지으면 편하고 좋은 줄은 알지만, 예전 농기계들도 부속이 없어 폐기된 기계들도 많다”면서 “또 나라에서 새 농기계를 보내줘도 사실 기계를 다룰 수 있는 인력도 부족하고 전기나 연유도 부족한 실정이라 새 농기계를 얼마나 활용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황해남도에 수천 대의 농기계가 보급됐다는 소식이 다른 지역에도 전해지면서 주민들이 아쉬움과 서운함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해북도 은파군의 한 주민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북한)의 농업생산에서 황해남도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황해북도도 그에 못지 않은 농경지를 가지고 있다”면서 “옆 동네인 황해남도에만 5000대가 넘는 기계를 보내주고 우리 도(황해북도)에는 한 대도 보내주지 않은 것이 기뻐할 일은 아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이런 가운데 현재 북한 내에서는 황해남도를 시작으로 황해북도, 강원도 순으로, 남쪽에서 북쪽으로 농촌의 농기계 문제를 해마다 해결해 준다는 소문도 돌고 있어 주민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