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정권수립 74주년(9·9절)을 맞아 다양한 경축 행사를 기획하면서 각종 준비 사업에 동원된 주민들이 상당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8일 함경남도 소식통은 데일리NK에 “9·9절을 뜻깊게 맞이할 데 대한 지시가 내려져 특히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과 청년동맹(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조직이 행사 준비로 볶이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9·9절을 맞아 여맹, 청년동맹 등 각 단체에 혁명사적지와 혁명전적지 참관을 조직할 것과 위대성 교양 사업 및 공화국 창건 의의에 관한 조직별 강연회를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
기념일 당일인 9일에는 단위별로 김일성과 김정일의 동상을 찾아 꽃바구니를 증정하는 사업을 시작으로 9·9절을 기념하는 노래모임과 청년 무도회 등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는 정주년(5, 10단위로 꺾어지는 해)이 아님에도 경축 분위기 띄우기에 여념이 없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코로나로 가라앉은 사회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명절 계기에 진행되는 각종 교양 사업을 통해 내부 결속을 유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소식통은 “정주년이 아닌 해에는 꽃바구니 증정 외에는 이렇다 할 행사 없이 비교적 차분하게 보냈지만, 올해 9·9절은 정주년이 아닌데도 정주년 분위기로 주민들을 행사 준비에 동원 시키고 있어 불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이달 초부터 함흥시 성천강구역 성천동 여맹원들은 9·9절 경축 노래모임 연습에 매일 3시간씩 참가할 것을 강요당했다는 전언이다.
가정의 생계를 책임진 여성들이 시장에서 장사 활동에 전념해도 하루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운 형편인데, 노래모임에 나오라고 강요하니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또 꽃바구니 증정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여맹에서 조직적으로 돈을 거둬들이고, 인민반은 인민반대로 돈을 거둬들이고 있어 명절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는 주민들이 점점 많아지는 상황이라고 한다.
소식통은 “특히 이번에는 추석 명절까지 겹치면서 성묘 갈 준비까지 해야 하는 실정인데 이런저런 행사 준비에 동원하니 주민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예전에는 명절을 기다리며 즐기던 주민들이 이제는 차라리 명절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