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코로나 승리 선포해놓고 화물열차 재개 주저하는 이유는?

"북한 무역대표부 중국 내 코로나 상황 평양에 보고”…경과 보면서 무역 확대 시점 정할 듯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 촬영된 조중우의교 모습. 조중우의교는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와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잇는 다리다. /사진=데일리NK

중국 랴오닝(療寧)성 등지에서 북한 무역회사와 거래하는 대방(무역업자)들의 무역 준비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지만, 북중 간 화물열차 운행은 아직 재개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중국 내 코로나 확산세에 중국을 통한 바이러스 유입을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1일 중국 내 복수의 데일리NK 소식통에 따르면 단둥(丹東), 선양(瀋陽), 다롄(大連) 등 랴오닝성 각지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최근 다중 이용시설이 폐쇄되고 지역 간 이동통제가 강화됐다.

다른 시(市)로의 이동이 제한되는 것은 물론 행정구역이 다른 마을 통행에 대해서도 검열이 이뤄지고 있는데, 실제 최근 마을을 오가는 버스에 공안이 불시에 올라타 공민증을 검열하는 일이 잦아졌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아울러 중국은 코로나가 재확산되는 양상을 보이자 베이징 인근의 허베이(河北)성 스좌좡(石家庄)시와, 바오딩(保定)시 북부에 있는 줘저우(涿州) 등에 대해서도 부분 및 전체 봉쇄를 단행했다.

이렇듯 북한은 인접한 중국 도시는 물론 중국 수도권에서도 코로나 확산세가 빠르게 진행되는 형국에 잔뜩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 무역대표부 사람들이 매일 중국 코로나 상황을 자세히 적어 평양에 보고하고 있다”며 “중국 코로나 상황을 북한이 심각하게 보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무역이 확대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방역전 승리를 선언한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 이후에도 국내에 코로나가 유입되거나 재유행할 것을 크게 우려하면서 국경 지역에 대한 방역 기준을 완화하지 않고 있다.

본보 취재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정상방역체계로 방역 단계를 하향 조정한 뒤에도 북중 및 남북 접경 지역에서 강도 높은 비상방역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코로나바이러스가 외부에서 유입되지 않도록 새로운 방역 조치를 마련하라는 지시를 하달했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접경지역 ‘일상 회복’ 요원… “방역 승리는 내륙에만 해당” 불만)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지난달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한국에서 날아온 대북 물자로 인해 코로나바이러스가 유입됐다고 주장했지만, 북한 간부들이나 국경 지역 주민들은 외부에서 코로나가 들어왔다면 현재 무역의 99%가 이뤄지고 있는 중국으로부터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북한 당국도 중국 내 코로나 상황을 지역별로 시시각각 보고 받고 있고, 이를 유심히 지켜보며 무역 확대 시점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다만 현재까지는 신의주 세관에 북중 화물열차 운행과 관련한 지시가 하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중국 코로나가 심하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며 “국가에서는 한 명이라도 코로나가 들어오면 큰일이라며 긴장하고 있으니 중국 상황이 잠잠해져야 열차를 운행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