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코로나19 방역전 승리를 선포한 이후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는 등 ‘일상 회복’ 조치에 나서고 있지만, 남북 및 북중 접경 지역에는 여전히 강도 높은 비상방역체제가 가동 중이다.
이에 접경 지역 주민들은 내륙과 판이한 상황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중국과 맞닿은 지역에는 아직도 최대비상방역체계가 유지되고 있다면서 지역에 따라 달리 적용하고 있는 당국의 방역 정책에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22일 데일리NK 황해남도 소식통은 “지난 13일 최전연인 황해남도 해안 연선 및 기타 지역 비상방역지휘부들에 ‘악성비루스(바이러스)를 주입한 적지물자가 강원도 최전연 지역으로만 투입된다는 보장이 없다. 남조선 것들의 악성 비루스 침투 책동에 해안 연선인 황해남도는 봉쇄 방어 해안을 철통같이 지켜야 한다’는 내용의 국가비상방역사령부 지시가 내려왔다”고 전했다.
이 같은 지시가 내려오자 황해남도 접경 지역의 일부 주민들은 “방역 승리 선언은 내륙지역에만 해당 되는 것이고 최전선 지방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 “코로나가 다시 발생하면 남조선과 인접한 최전선 지역 탓이라고 할 판”이라는 불만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북중 국경을 끼고 있는 함경북도 소식통도 “방역전 승리를 선포했어도 지방에는 방역지휘부가 그대로 운영 중”이라며 “특히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함경북도 조중 국경연선 지역에 대한 방역지침을 재검토해 필요한 대책을 세우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지금도 국가비상방역사령부와 산하 비상방역지휘부는 해체되지 않고 조직이 정상 가동되고 있으며, 오히려 국경 지역과 최전방 지역의 비상방역지휘부들에는 기존과 다른 새로운 방역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는 게 이 소식통의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함경북도 국경연선 사람들은 방역전 승리라는 말에 거의 3년간 이어진 국경봉쇄와 총을 마구 쏴대는 인민군의 경계가 조금 완화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며 “평생 밀수로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국경 사람들은 개인의 연선 접근은 앞으로 10년을 가도 안 될 것 같다면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했다.
국경봉쇄가 풀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국경 지역 주민들은 기대와 달리 국경을 더욱 꼭꼭 걸어 잠그려는 당국의 움직임과 요원한 일상 회복에 상당한 실망감과 좌절감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접경 지역의 보건의료 및 방역 부문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코로나가 다시 재유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해남도 소식통은 “일부 의사들이나 방역 일꾼들은 전민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실태를 이야기하면서 ‘최전연에만 강도 높은 방역 정책을 내릴 게 아니라 이런 때일수록 전국적으로 더욱 주의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때에 조심하지 않으면 비루스(바이러스)가 재확산, 재유행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함경북도 소식통도 “여기 의사들은 국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변이 비루스 유행으로 또 몇 달,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주민 대혼란 상황과 그에 따른 국가 경제 타격이라며 국경 지역 주민은 99%가 앓아 자체 면역이 생겨 코로나가 재유행해도 상관없겠지만 면역이 없는 주민들은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자각적 일치성, 행동의 일치성을 더욱 철저히 보장하자’는 제목의 4면 기사에서 “전 인류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악성 비루스를 최단기간 내에 박멸하고 방역 전쟁의 승리를 안아 왔지만 결코 전염병 전파의 위험성이 완전히 없어졌거나 국가비상방역 사업이 다 끝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우리 경내에 들어왔던 스텔스 오미크론 변이 비루스보다 전파력과 면역 회피력이 더 강하면서도 중증도와 치명률이 크게 변하지 않은 10여종의 아형들이 세계 각지에서 연이어 출현하여 이로 인한 감염자 수가 증가하고 사망자 수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경각심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