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물자 처리 질서 바로 세우라”…접경지역 경각심 강화 주문

체제 비난 선전물로 내부 결속 와해될까 우려… "적지물 발견하면 절대로 손 대지 말라"

2016년 9월 경기도 파주시 낙하IC 인근에서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들이 살포한 풍선이 터지면서 대북 전단이 떨어지고 있다. /사진=연합

북한이 코로나19 사태 발생 원인을 남한에서 날려 보낸 물품 때문이라고 주장한 가운데, 최근 남북, 북중 접경 지역에 적지물자(대북전단) 처리 질서를 바로 세울 것을 강조하는 지시문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북한은 북부 국경 지역과 남측과 마주하고 있는 최전방 지역 각 기관들에 비상방역법에 따라 적지물자에 대한 처리 질서를 바로 세울 것을 강조하는 지시문을 내렸다.

북한은 이번 지시문에서 “최근 남조선(남한) 괴뢰들이 기구를 동원하여 적지물을 공중으로 들여보내는 등 우리 지역에 악성 비루스(바이러스)를 전파시키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악랄하게 책동하고 있다”며 방역 위기의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 토론 연설에서 “우리가 이번에 겪은 국난은 명백히 세계적인 보건 위기를 기회로 우리 국가를 압살하려는 적들의 반공화국대결광증이 초래한 것”이라며 북한 내 코로나19 확산 원인이 남측에서 유입된 ‘색다른 물건’ 때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번 지시는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일환이자 적지물자에 대한 주민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북한은 지시문에서 ”주변 나라들에서 큰물과 태풍으로 하여 많은 오물들이 바다나 강을 통해 우리 공화국 영내로 들어오고 있다“며 ”국가에서는 이에 대처하여 적지물과 오물들을 각성있게 대하고 그에 대한 처리를 바로 할 데 대하여 해당한 조치를 취하고 지시문들도 여러차례 전달하였으나 주민들과 학생들 속에서 바다나 강에서 떠도는 적지물들과 오물들에 손을 대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측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흘러들어오는 외부 물자도 모두 위험하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주민들이 당국의 통제에 벗어난 물자에 노출되는 것을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특히 북한은 이번 지시문을 통해 주민들이 적지물자를 발견하면 숨기지 말고 해당 기관에 신고하고, 비상방역법에 따라 이를 처리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북한은 “비상방역법 제52조에는 국가비상방역사령부와 국가보위기관, 위생방역기관, 수의방역기관은 공민들의 적지물자 혹은 동물, 바다 오물에 손을 대지 말고 해당 기관에 제때에 신고하도록 해 적지물과 죽은 동물, 바다 오물에 대한 검사와 취급처리를 방역학적 요구대로 해야 한다고 규제돼 있다”며 “일꾼들과 근로자들은 적지물을 발견하는 경우 절대로 손을 대지 말고 법기관들과 해당 비상방역기관에 통보하며 자녀들에게도 이와 관련해 정상적인 교양과 통제를 강화하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북한이 적지물자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체제 비난 선전물이나 외부 물자가 내부 결속을 와해시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당국이 수십 년 동안 위대한 수령을 모신 덕으로 세상에 부럼 없이 사는 인민이라고 선전해왔는데 적지물을 통해 남조선의 발전상이나 질 좋은 물건을 보면 주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며 “이 때문에 정부는 비상방역을 명목으로 적지물자가 주민들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