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가족 대상 범죄 잇따라…보위원 둔갑해 사기 행각

소식통 "법 일꾼 행세하는 사기범죄 많이 나타나"…당해도 신고 못 해 피해자들 '속앓이'

북한 함경북도 무산군 전경.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국경 지역에서 탈북민 가족들이 사기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각한 생활난에 다양한 수법의 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모양새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8일 데일리NK에 “최근 먹고 사는 게 힘드니 큰돈을 노린 사기 범죄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법 일꾼 행세를 하는 사기 범죄가 가장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북·중 국경 지역에서는 탈북민 가족이 있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 범죄가 지속 발생하고 있다. 범죄자들이 보위원이나 안전원을 사칭해 탈북민 가족들의 돈을 갈취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소식통은 “이달 초 회령시에서 사는 40대 여성이 보위원으로 위장한 남성 2명에게 사기를 당했다”며 “남조선(남한)에 살고 있는 가족이 보내온 현금 2만 위안을 고스란히 사기꾼들에게 빼앗겼다”고 설명했다.

이 여성의 경우 한국에 있는 가족이 보내온 돈을 송금 브로커에게서 전달받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 2명의 남성이 들이닥쳤다고 한다. 이 남성들은 시 보위부에서 나왔다며 돈을 내놓으라며 겁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에게 “한 번만 봐 달라”고 사정해도 소용이 없자 결국 이 여성은 돈을 고스란히 내놓았다.

그렇게 돈을 챙긴 남성들이 돌아가고 한참이 지났을 때 이 여성은 문득 ‘보위원들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 뒤로 회령시 보위부에 확인해보니 그런 보위원들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그제야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 길로 자신에게 돈을 전달해준 송금 브로커를 찾아가 “가족이 돈을 보내온 사실을 우리 둘밖에 모르는데 당신과 짜고 한 짓 아니냐”, “보위원이라고 한 사기꾼들은 어디 있느냐”고 따져 물으며 돈을 돌려달라 요구했다.

하지만 송금 브로커는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다. 남조선에서 보내온 돈을 받아주는 일이 합법적인 일도 아닌데 이렇게 떠들면 누가 더 피해를 보게 되느냐”며 으름장을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게 이 여성은 눈앞에서 사기를 당했음에도 아무런 손을 쓰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피해자들은 사기를 당하고도 비법(불법)적인 돈을 받았기 때문에 신고도 못 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범죄자들이 바로 이런 심리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