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방역전 승리를 선포하며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한 가운데, 내각 보건성이 각 지역 전염병 전문병원들에 주민들의 전염병 이력을 차트화해 관리하는 체계를 세우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17일 “이달 초 내려온 보건성 지시에 따라 전국 전염병 전문병원들에 ‘건강수첩’이라는 이름의 가족 단위 전염병 이력 깔따(차트)를 만들어 병원 접수과(원무과)가 관리하도록 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보건성은 가족 단위 ‘건강수첩’에 가족 구성원들의 결핵, 간염 등 전염병 이력뿐 아니라 이번 비상방역 기간에 발열 등 코로나 관련 증세로 국가 격리기관 또는 자가격리 한 이력도 기록하라는 방침을 제시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줄곧 청정국임을 주장해왔던 북한은 지난 5월 12일 내부의 코로나 확진자 발생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하고 최대비상방역체계를 선포한 뒤 매체를 통해 전국적인 신규 유열자와 치료 환자 통계를 밝혀왔다. 그러나 이 통계 발표의 과학적 근거가 없어 내외부로부터 신뢰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북한은 전체 주민의 기저질환과 전염병 및 전염병 의심 증세 발생 이력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이 전염병 초기 대응과 통계의 과학성을 보장하지 못한 원인이라고 보고 관련 체계 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보건성은 전국에 이미 운영 중인 전염병 전문병원은 물론 현재 건설 중인 전염병 전문병원들에서도 이번 비상방역 기간에 진행된 검병검진 결과에 따른 질병 이력이 가족 단위 ‘건강수첩’으로 관리될 것이라고 밝혔다”며 “이를 통해 앞으로 보건성이 ‘건강수첩’ 내용을 보고 과학적 통계하에 전염병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북한 보건성은 중앙과 지방의 방역 부문들에 90여 일간 진행된 전 주민 대상 검병검진 결과를 공유해 각 지역 전염병 전문병원이 차트를 만드는 데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보건성은 이번 지시를 두고 각급 보건기관들에 ‘인민들의 보건의료 삶의 질을 높일 데 대한 집중적인 과학적 관리체계를 전문화하도록 해 앞으로도 전 인민적 전염병 초기 대응과 종합 통계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믿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게 됐다’고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북한은 지난 2020년 8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제369호로 채택된 비상방역법에 근거해 전염병 환자와 의진자, 접촉자를 따로 분리해 격리할 수 있는 격리시설과 전문병원을 방역학적 요구에 맞게 꾸리기 위한 사업을 5개년 계획의 건설과제로 집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