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괴한이 쏜 총탄에 맞아 사망하면서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8일 참의원(상원) 선거를 이틀 앞두고 나라현 나라시에서 지원 유세를 펼치다가 40대 남성 야마가미 데쓰야로부터 피격을 당했다. 그는 총격 직후 약 15분 만에 응급차에 실려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아베 전 총리의 피격 사망 소식에 전 세계는 큰 충격에 휩싸였고,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은 깊은 애도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현재 북한은 이 사건에 관한 보도조차 하지 않고 있어 대다수의 북한 주민은 이번 사건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부 주민들은 암암리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소식을 접했고, 북한 주요 기관 간부들의 경우에는 긴급 포치(지시)가 내려오면서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NK는 이번 사건 발생 직후 북한 주민 4명과 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일부 주민들은 아베 전 총리의 사망에 일부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기에는 일본을 지속 비판해오고 있는 북한 당국의 세뇌교육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민들은 북한 당국이 아베 전 총리 사망에 대해 공식적인 애도의 표시를 하지 않은 것에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수십 년간 반일(反日) 계급교양을 해오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정치 지도자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게 공통적인 견해였다.
다음은 북한 양강도 주민(A), 개성시 주민(B), 평양시 간부(C), 인민군 간부(D)와의 일문일답.
-아베 전 일본 총리가 유세 도중 괴한의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서 알고 있었나?
A: 중국 손전화(휴대전화)를 소유하고 있는 송금 브로커들이 중국이나 한국에 사는 사람들과 자주 통화를 한다. 그들을 통해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외부에서 발생하는 주요 사건이나 소식들은 소문이 빨리 듣는 편이다. 대다수 일반 주민들은 이번 사건을 모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소문은 빨리 퍼지니 조만간 다 알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B: 텔레비(텔레비전) 통로(채널) 돌려보다가 관련 소식을 보고 들었다.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이야기한 것이 없어 많은 주민이 이 사실을 모를 것이다.(북한 일부 접경 지역에서는 한국 방송 주파수가 잡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 긴급 내부 지시문으로 알게 됐다. 이 지시문은 호위, 보위, 안전, 당 고위 간부들에게 즉시 포치됐다. 고위 간부들을 제외하고 주민들은 이야기를 듣지 못해 이번 사건을 알지 못할 것이다.
D: 인민군 조직부에 긴급 포치가 내려와 관련 사실에 대해서 알게 됐다. 소문을 차단하도록 노력하고 있어 주민들은 소식을 접하지 못할 것이다.
-아베 전 총리가 총에 맞아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A: 총에 맞아 사망했다는 소식에 우선 놀랐다.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서부터 일본에 대한 나쁜 교육을 받으며 자랐지만, 그래도 한 인간의 생명을 해치는 일은 옳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우리나라(북한)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라서 더욱 놀랐다.
B: 외국에선 수령을 하다가 그만두면 일반 인민 계층이 된다는 사실을 몰랐다. 개인적으로는 꽤 오래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동안 악독한 짓을 오죽 많이 했으면 그만두고도 길거리에서 객사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C: 별다른 생각이 없다.
D: 이 일이 인민군 하전사들이나 일반 주민들에게 퍼지면 연관 지어 상상할 수 있다. 사람들이 알아서 좋은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베 전 총리를 어떤 사람으로 알고 있고, 평소 그에 대한 인상은 어땠나?
A: 최근 몇 년간 그가 일본인 납북자 문제로 국제사회에 우리나라를 계속 문제 제기했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 그에 대한 인상이 특별히 없다.
B: 아베는 전쟁광신자이고 야스쿠니신사 참배라는 일본 군국주의 부활의 꿈을 꾸던 자라고 교양을 받았다. 개인적인 인상은 없다.
C: 아파서 총리를 그만뒀지만 가장 오래 자리를 지킨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것 외에 특별히 생각해본 적 없다.
D: 고이즈미 총리에 대해서는 좋은 인식이 있다. (아베 전 총리가) 그쪽 계열이라고 알지만, 고이즈미처럼 조일(북일)국교정상화 노력은 끌어내지 못하고 악화일로만 형성했다. 전형적인 제국주의 수령의 표본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지만, 북한은 아무런 말이 없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우리나라와 친분이 없는 국가에는 그 어떤 선의를 베풀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의 특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특히 김정은 동지가 들어서면서 일본과의 교류가 원활하지 않았다. 더욱이 일본이 우리나라를 수십 년간 통치한 나쁜 국가로 주민들과 청년들, 학생들에게 교육하고 있는데 조문을 보내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일을 하지 않으려는 속셈이다.
B: 일본은 우리나라의 3대 주적 중의 하나다. 우리가 총 한 방 안 쏘고 적대국의 전 수령이 죽은 것이 오히려 환영할 일이지 애도할 일은 아니지 않냐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올바른 사과도 안 한 파렴치한 국가의 전 수령이라고 나라가 교양해왔는데 애도는 이웃이나 좋은 감정의 나라나 사람에게 표하는 것이라고 본다.
C: 사람이 사망하면 생전에 나에게 악한 짓을 했어도 고인에 대한 예의는 표하는 게 사실 맞는다고 본다. 하지만 국가적 애도 표시는 하지 않아도 일없지(괜찮지) 않나 생각한다.
D: 국가 자존심이 있어 애도 표시를 하지 않을 것이다.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철천지 원수 중의 한 나라가 일본이고 그 나라의 전 총리가 죽었다. 애도 표시를 하지 않는 일은 일본이 우리의 원수라는 국가의 드팀없는(변함없는) 의지를 보여주는 일이다. 헐뜯지 않고 가만있는 것 자체가 예의를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