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포서 노트텔로 한국 TV·라디오 시청한 청년 2명 긴급 체포

82연합지휘부, 개성, 강원도 등 접경지역서 세대별 중국산 노트텔 검열 및 회수 사업 진행

북한 주민들이 외부 콘텐츠를 시청할 때 주로 사용하는 노트텔 기기. /사진=데일리NK

북한 남포시에서 한국 TV와 라디오를 시청하던 청년들이 시 보위부에 긴급 체포된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13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남포시에서 수년간 한국 TV와 라디오를 시청하던 20대 후반의 남녀 청년이 시 보위부에 긴급 체포됐다.

두 사람 가운데 남성 청년이 친한 친구에게 수차례에 걸쳐 한국 TV와 라디오를 시청한 내용과 시청 방법을 알려줬는데, 그 친구가 이를 보위부에 신고하면서 붙잡히게 된 것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보위부에 체포된 이들은 조사에서 서로 사귀는 사이라고 밝혔으며, 2018년경에 구매한 중국산 노트텔을 조작하던 중 우연히 한국 TV와 라디오 전파가 잡히는 것을 발견해 시청하기 시작했다고 자백했다고 한다.

특히 이들은 한국 TV와 라디오를 시청하다 적발되면 본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가족까지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단둘이 있을 때만 주파수를 잡아 한국 TV와 라디오를 시청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청년층에 대한 사상 통제를 강화하려는 목적에서 ‘청년교양보장법’을 제정하고 강도 높은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와의 투쟁을 진행해오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방송을 직접 시청하는 사례가 발생하자 접경지역 등 한국과 거리상 가까운 곳에서 집중적인 검열이 진행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소식통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남조선(남한) 주파수가 잘 잡히는 남포시와 황해남도, 황해북도, 개성시, 강원도 접경지역에서 집중검열이 이뤄지고 있다”며 “집중검열은 각 도(道) 82연합지휘부 성원들이 맡아 세대별로 중국산 노트텔이 있는지, 주파수 조절시 남조선 방송이 잡히는지, 통로(채널) 고정상태는 어떤지 등을 검열하고 기기를 회수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82연합지휘부는 중국산 노트텔로 한국 TV와 라디오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질 경우 내부적으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사실은 알리지 않고 ‘최근 남조선 괴뢰들이 주파수를 높여 인민들에게 전달하려는 당의 목소리를 방해하고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검열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최근에는 불순녹화물을 시청하다 단속되는 경우가 많고 남조선 주파수를 잡아 수년간 방송을 시청한 것으로 체포되는 일은 드물다”며 “현재 본인들은 물론 그들의 가족들까지 보위부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 국가보위성은 이번 사건 내용을 각급 보위부에 통보하고 주민감시체계를 재정비하라는 지시를, 중앙 82연합지휘부는 불순녹화물 시청 단속 강화와 세대별 주파수 고정상태를 재점검하라는 지시를 하부단위 지휘부들에 하달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