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벌금액에 항변하다 구속… ‘무법천지’에 주민 불만 ↑

반동사상문화 배격 질서 위반 대상 벌금액 100~150만원으로 규정됐으나 현실선 '제각각'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설명자료. /사진=데일리NK

북한의 사법기관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위반한 개인이나 단체에 법률상으로 규정된 액수를 초과하는 벌금을 부과하고 있어 불만을 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문화 확산 차단을 구실로 주민들을 약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복수의 북한 내부 소식통은 12일 데일리NK에 “평양, 함흥, 사리원, 원산에서 개인 사진관을 운영하는 책임자들이 녹화물·편집물·사진·그림·축하글 배경을 만들어주다가 반동사상문화 배격 질서를 어긴 것으로 벌금 처벌을 받았는데, 벌금이 과하다고 항변하다 구속되면서 사진관에 폐업 또는 영업정지 딱지가 붙었다”며 “이 내용이 간부학습반 자료에 실려 전국에 통보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연합지휘부(이하 연합지휘부)는 20대 청년층을 대상으로 이국적인 사진이나 그림, 독특한 축하 문구를 가져다 영상이나 사진을 제작해주고 돈을 받는 사진관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연합지휘부는 청년들이 외부 사진이나 그림, 글에 현혹되는 것에 일부 사진관들이 동조하고 있다면서 이를 반동사상문화 배격 질서 위반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처벌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차원에서 관련 사례가 담긴 간부학습반 자료를 전국에 통보했고, 실제 소식통들이 전한 7월 2일자 간부학습반 통보 자료에는 지난 6월 말 함경남도 함흥의 한 사진관 책임자가 야자수가 있는 이국적인 바다를 배경으로 20~30대 청년들의 결혼식 사진을 제작해준 것이 문제가 돼 벌금을 냈다는 등의 사례들이 적시됐다.

자료에는 실제 함흥을 비롯해 평양, 황해북도 사리원, 강원도 원산에서 가장 문제 있는 사진관 책임자들을 시범으로 처벌했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공통적인 처벌 이유가 이들이 법에 있는 내용에 비해 현장 벌금 집행이 과도하다고 항변했기 때문이라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자료에는 법에 규정된 벌금 부과 한도는 얼마이며, 해당 사법기관에서 얼마를 바치라고 했기에 각기 다른 4곳의 사진관 책임자들이 벌금액에 항변한 것인지는 정확히 명시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들은 법에 정해진 대로 벌금을 부과한다고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법관들이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분별하게 벌금을 징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강원도 소식통은 “자료를 학습하면서 법과 현실이 판이하다는 데 다들 공감했다”며 “꼬투리만 잡히면 내야 하는 벌금이 지역마다, 단속하는 사람마다 다 제각각이니 주민들은 억울해하면서 이게 무슨 인민의 법이고 나라냐, 법관들부터 법을 지키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북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반동사상문화 배격 질서를 어긴 기관, 기업소, 단체에 북한 돈으로 100~15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명시하고 있으나 실제 현실에서는 무려 10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낼 때도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내세워 자의적으로 무자비한 벌금액을 부과, 징수해 주민들의 불만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국가는 법 규정을 뛰어넘는 비합법적이며 과도한 처벌을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평양 소식통은 “벌금 부과에 항변하는 일은 간부학습반 자료에 나온 4곳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라며 “법을 어겼다면 법대로 처벌해야 국가법을 존중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인데 지금 법관들은 흡혈귀처럼 인민들에게서 다 뽑아가 주민들이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북한에서는 개인 사진관들이 반동사상문화배격 질서 위반 행위에 컴퓨터나 프린터 등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 적발되면 즉시 폐업 딱지를 붙이고 기기들을 전부 몰수해 국가 소유화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