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감자와 밀, 보리 등 대체 식량 수확이 이뤄지는 시기가 도래했지만, 북한 시장의 쌀 가격은 연일 상승하고 있다. 특히 최근 3년간의 7월 중순 시장 쌀값을 비교한 결과 올해 쌀값이 예년보다 40% 이상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북한 시장에서 쌀은 1kg당 평양 5720원, 신의주 5820원, 혜산 6200원에 거래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26일 북한 시장의 쌀 가격이 평양 5500원, 신의주 5600원, 혜산 58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보름 사이 지역별로 200~400원이 또 오른 것이다.
특히 국경 지역의 대표적인 도시인 양강도 혜산의 경우 쌀값이 1kg에 6000원대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 의심 증상자 발생으로 인해 양강도 일부 도시에 봉쇄와 해제가 반복됐던 지난해의 경우 혜산 쌀값이 6~7월 일시적으로 7000원까지 오른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에도 봉쇄하지 않은 다른 지역(평양, 신의주)에서는 쌀값이 1kg에 4000원대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올해처럼 혜산을 비롯해 평양과 신의주까지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면서 6000원대까지 치닫는 상황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특히 본보가 축적해 온 북한 시장 물가 자료를 토대로 최근 3년간 비슷한 시기(7월 중순) 북한의 쌀 가격을 분석한 결과, 올해에 가장 높은 가격대가 형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지난해 7월 12일 북한 시장의 쌀 가격(1kg)은 평양 4000원, 신의주 4200원, 혜산 5500원으로 조사된 바 있다. 북한이 북중 국경을 봉쇄한 지 약 6개월이 됐던 2020년 7월 19일에도 쌀 가격(1kg)은 평양 4000원, 신의주 4010원, 혜산 4300원으로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북한 농업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7월 초·중순에 쌀이나 옥수수 등 곡물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6월부터 시작되는 감자와 밀, 보리 수확에 따른 영향”이라며 “올 7월 이후 곡물 가격이 예년과 달리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은 감자나 밀, 보리 수확량이 부진한 것으로 읽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개 여름이면 대체 식량이 수확되고 이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 쌀이나 옥수수에 대한 수요가 감소해 곡물 가격이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올해는 감자, 밀, 보리 작황이 좋지 않아 곡물 가격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또한 북한 당국이 코로나를 명목으로 내부 이동을 통제하면서 내륙 지역에서 생산된 밀이나 보리 등이 다른 지역으로 유통되지 못해 혜산, 회령, 온성 등 북부 국경 지역의 곡물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조 연구소장은 “북쪽 지방은 감자나 밀 수확이 늦게 이뤄지기 때문에 내륙 지역에서 생산된 대체 식량이 다른 지역으로 유통돼야 하는데 코로나로 인해 이동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국경 지역 도시들의 곡물 가격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곡물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북한 주민들의 식량난도 더욱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쌀과 강냉이(옥수수) 값이 일주일마다 100원, 200원씩 계속 오르고 있다”며 “오르기만 하는 낟알 가격에 하루에 한 끼도 밥을 제대로 못 먹는 사람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