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송화거리 신축 아파트도 폭우 피해…부실 공사가 원인?

창문틀과 천장에서 빗물 새어 들어와…주민들 "숫자 중요한 게 아니라 질적으로 완공했으면"

북한 평양 송신·송화지구
북한 평양 송신·송화지구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쏟아진 폭우 속에서 평양 사동구역 송화거리에 지어진 신축 아파트 입주민들이 부실 공사에 따른 피해를 입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북한은 지난해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수도건설 5개년 계획의 첫 번째 성과로 송신·송화지구 1만 세대 살림집 건설을 내세우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업적으로 선전하고 있으나, 정작 송화거리에 새로 지어진 고층 살림집들에서는 부실 공사로 인한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은 6일 “지난달 말 소낙비가 쏟아지고 강한 바람이 불면서 송화거리에 새로 지어진 80층 아파트 창문틀 사이로 빗물이 새어 들어와 피해를 본 집들이 많고, 옥상 방수미장이 안 됐는지 계단과 천장으로 빗물이 새는 일도 벌어졌다”며 “이에 이달 2일부터 일단 아파트 공동구역인 옥상과 계단부터 방수미장을 다시 하는 시설보수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장마철 폭우 속에 송화거리 신축 아파트 주민 세대 대다수가 부실 공사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사동구역 당위원회와 인민위원회는 공동 관리구역인 옥상 방수미장 작업이 제대로 안 돼 아파트 복도 천장에 물이 새고 있는 부분만 구역 건물보수사업소를 동원해 보수하고 있으며, 창문 방수 마감이 날림식으로 된 사안은 개인들이 알아서 하라고 지시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사동구역당과 인민위원회는 지난 2일 송화거리의 한 동사무소 회의실에서 긴급 재난수습 회의를 열어 옥상을 비롯한 아파트 단지 내 피해 상황을 공유하고 대책을 세우면서도 개인 집들의 피해 상황에 대해서는 각자 세대별로 알아서 퇴치하라는 원칙을 내세웠다.

다만 아파트 입주 세대 가운데 영예군인, 제대군관, 공로자 세대와 고층 세대, 생계 활동이 불가능한 무의무탁자 세대에는 동 당비서, 동 사무장, 동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위원장 등 간부들이 나눠서 방문해 피해 상황을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도록 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피해를 본 주민들은 인민반장을 통해 ‘살다 살다 창문틀로 물이 들어오는 일은 처음 겪는다’, ‘살림 도구들을 다 치우고 걸레와 수건을 닥치는 대로 갖다 놓았다’, ‘만장(탑층)집은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 ‘입사한 지 두 달 만에 이게 무슨 일이냐’는 의견을 제기했고, 이 내용이 회의에서도 다뤄졌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 나온 사동구역 건물보수사업소 일꾼들은 복도 천장에 비가 새는 것은 방수 마감 공사의 부분적 결함 때문이며 마감공사 자재 또한 한심하다는 보고를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아파트 옥상 바닥에 방수가 잘 안 돼 비가 오는 내내 만장 복도 천장들에 물이 새어들었다는 소문이 여기저기에 퍼졌다”며 “이 소문을 들은 주민들은 겉보기에 멋있고 볼만하면 뭐 하느냐면서 나라가 책임을 묻지 않으니 건설의 질이 날림식이라고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주민들은 준공 검사하고 입사한 지 반년도 안 돼 이런 일이 발생하자 살림집 몇 만 세대라는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면서 이런 식으로 지을 바에는 숫자를 줄이고 질적으로 완공했으면 좋겠다는 말들을 노골적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폭우와 함께 몰아친 강풍에 송화거리 아파트 옥상 배기 팬과 송풍 모터를 가리고 있던 고깔 철판들이 날아가면서 아파트 주변 거리를 지나던 보행자와 차량이 큰 피해를 볼뻔한 아슬아슬한 상황도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북한은 오는 2025년까지 송신·송화지구, 서포지구, 금천지구, 9.9절 거리지구 등에 총 5만 세대의 살림집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는 금수산태양궁전과 인접한 화성구역에 1만 세대 살림집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으로 공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