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북도 일부 농장서 치명적인 ‘과수화상병’ 발생…피해 막심

마땅한 치료제·대책 없어 '속수무책'…고온다습한 날씨 겹치며 피해 확산 우려 제기

북한 과수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6월 26일 과일나무를 잘 가꾼 농업 근로자의 사연을 소개하면서 수령과 당에 대한 충성을 주문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전염성이 강해 한 번 발생하면 나무 전체가 말라 죽을 수 있는 ‘과수화상병’이 북한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6일 데일리NK에 “우리나라의 주요 과수 생산기지인 평안남도 숙천, 평원의 일부 농장에서 사과·배 등 과수나무가 불에 탄 듯 새카맣게 말라 죽어가는 ‘과수화상병’이 발생했다”며 “그 피해가 막심하지만, 아직 치료약이 없어 난국”이라고 전했다.

세균성 병해의 일종인 과수화상병은 감염 시 화상을 입은 것처럼 잎과 줄기, 열매를 까맣게 고사(枯死)시키는 위험한 식물 전염병이다. 전파력이 매우 강하고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감염이 확인된 나무 반경 100m 이내 과수 전부를 뿌리째 뽑아 태우고 이를 땅에 묻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과수원 전체가 폐원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다.

소식통은 “이 병은 확산 속도가 매우 빨라 증상이 나타난 이상 과원 전체를 매몰하는 수밖에 없다”며 “추가 발생을 막기 위해 발병 과원은 3년간 기주식물을 재배하지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기주식물은 초식성 곤충이나 애벌레의 먹이가 되는 식물로, 기주식물 안에 병원균이 살면서 과수화상병을 퍼트릴 가능성이 있어 일정 기간 재배를 막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과수원이 몇 년간 아무런 식물도 심을 수 없는 지경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과수화상병이 발생하는 경우 과수원을 폐원한 후 3년간 사과와 배 등 기주식물을 재배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폐기 명령을 위반한 자는 식물방역법 제47조에 의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소식통은 “과수화상병이 중국과 인접한 기존 발생 지역에서 전파됐다”면서 “농장에 소독약도 없어 그냥 앉아서 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과수화상병은 감염된 식물에서 흘러나오는 세균 점액이 비·바람 등에 섞여 전파되거나 꿀벌 등 곤충류에 의해 전파되기도 하고 고온다습한 조건에서 피목(皮木), 기공(氣孔)을 통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장마철 많은 비로 인해 과수화상병이 주변으로 크게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습도와 온도가 높은 상태에서 과수화상병 균은 점액 형태로 나무 밖으로 흘러나오는데, 이런 상황에서 비가 내리면 병균이 빗물을 타고 다른 나무로 옮겨갈 우려가 있다. 여기에 더해 농사에 사용하는 가위나 톱, 장갑 등에 묻은 균이 다른 나무로 전파돼 전염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사전 방제 작업이 중요하며, 과수원에서 사용하는 모든 농기구와 작업도구 등을 알코올 등으로 철저히 소독하는 등 각별히 신경 써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재 북한에는 충분한 방제약, 항생제, 알코올 등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 과원이 방제나 소독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