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내놓은 상비약은 고려약 뿐?…간부들 양약 기부 ‘주춤’

수입 의약품 사용에 대한 주민 비판 의식한 듯…일각선 '보여주기식'이라는 뒷말도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파를 막기 위해 고려약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고려약 공장들의 일꾼들과 종업원들은 인민들 속에서 수요가 높은 고려약들을 긴급히 생산 보장하기 위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지난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어렵고 힘든 세대에 보내달라”며 내놓은 자신의 상비약에는 타이레놀, 아스피린 같은 양약이 하나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상비약은 모두 북한에서 자체적으로 생산된 고려약(북한식 한약)이었다는 전언이다.

15일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김 위원장이 내놓은 상비약은 모두 삼향우황청심환, 안궁우황환, 패독산 같은 고려약 뿐이었는데, 이는 락랑·은정구역의 임시 격리시설에 제공됐으며 일부는 일반 주민들에게도 전달됐다.

문제는 김 위원장이 자신의 상비약을 내놓은 이후 간부들도 의약품 기부 릴레이에 동참해야 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점이다. 다만 김 위원장이 고려약을 내놓자 중앙당 간부들도 타이레놀 같은 양약을 내놓지 못했다고 한다.

북한 고위층들은 가정에 고려약이 아니라 중국 또는 유럽산 수입약을 비축하고 있으나 ‘원수님보다 더 좋은 약을 내놓을 수는 없다’며 제약공장에서 일부러 고려약을 구해 기부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 내부에서는 김 위원장이 자신은 복용하지 않는 고려약을 내놓으면서 어려운 주민들에게 보내달라는 정치 선전을 한 것이라는 비판적 분위기도 감지된다.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상비약 기부에 대해 “자신과 가정을 위하여 쓰셔야 할 의약품마저도 인민을 위하여 아낌없이 바치신 그이의 진정에 인민은 격정의 눈물을 흘리었다”며 애민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지만, 내부에서조차 선전을 위한 ‘보여주기식 제스처’라는 뒷말이 나왔다는 것이다.

다만 하부 단위로 갈수록 일부 말단 간부들은 국내에서 생산된 아스피린이나 주사제 등을 내놓기도 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 내놓은 상비약에 양약이 없었던 것은 최고지도자가 수입 의약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주민들 사이에서 비판이 나올 것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욱이 북한 당국은 의약품이 부족한 현재 상황에서 자체 원료로 개발한 고려약 생산과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실제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1일 김 위원장 주재로 열린 정치국 협의회에서 ▲효능 높은 고려약을 치료에 적극 이용할 데 대한 문제 ▲제약공장들의 생산 능력을 높이고 필수 약품, 상비약품들의 품종을 늘일 데 대한 문제 등이 토의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고려약의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데다 정제 기술 부족으로 약초에 포함돼 있는 불순물이 제대로 제거되지 못한 채 상품화되고 있어 노약자나 어린이의 경우 고려약을 복용하고 부작용을 겪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내부 소식통은 “황해남도 해주시 중등학원의 9살 원아가 학원 준의가 준 고려약을 먹고 쓰러져 병원에 실려갔다”며 “고려약도 체질이나 나이, 앓고 있는 질병 등을 고려해서 적당량 먹어야 하는데 고려약을 먹을 때 기준이 없으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