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서 청년동맹에 지원금 요구…청년들 ‘울며 겨자 먹기’로 참여

지원사업 명목의 자금 상납 강요…'나라가 어렵고 힘들 때 청년들이 앞장서야 한다'며 선동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1년 5월 2일 청년 전위들의 결의대회가 전달(4월) 30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진행됐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평양시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청년동맹)위원회에서 각종 지원사업을 내세워 청년들에게 자금 상납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 조직과 인민반 여성들에게 지나친 세외부담을 내리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청년들에게까지 부담을 전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14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평양시 청년동맹 조직들에서는 어려운 세대들을 위한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지원사업은 ‘나라가 어렵고 힘들 때 청년들이 앞장서야 한다’며 중앙에서 평양시 청년동맹위원회에 관련 지시를 하달한 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원대상에는 전쟁 노병, 영예군인(상이군인), 장애인, 농촌 진출자 세대 등이 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발생으로 국가방역사업이 최대비상방역체계로 전환되고 지역별 격폐와 격리가 진행되면서 평양시에도 식량난과 의약품 부족을 겪는 주민들이 대거 발생했는데, 북한은 그중에서도 전쟁 노병을 비롯한 핵심 군중에 대한 경제적 지원사업을 청년동맹 조직에 떠넘긴 것이라고 소식통은 말했다.

실제 이달 초 평양시 락랑구역 청년동맹위원회에서는 ‘전쟁 노병들의 생활에 사소한 불편도 생기지 않도록 청년들이 앞장서야 한다’면서 구역 안의 공장기업소 청년동맹위원회들에 식료품을 비롯해 각종 지원품 마련을 지시했다.

상급 청년동맹위원회의 이 같은 지시에 각 청년동맹 초급단체에서는 청년동맹원 1명당 5000원에서 1만 원을 낼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초급 청년동맹 간부들은 ‘가정 형편이 어려우면 지원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면서도 ‘웬만하면 양심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좋다’는 협박성 발언을 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평양시 동대원구역 청년동맹위원회에서도 수도 평양을 떠나 어렵고 힘든 부문에 탄원한 청년들의 가정에 식료품과 의약품 등을 지원하자는 명목으로 청년동맹원 1명당 1만원씩 내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해당 청년동맹위원회에서는 ‘지금 나라가 어렵고 힘들지만, 우리 청년들이 한 부문을 맡아야 되지 않겠느냐’, ‘어렵고 힘든 부문에 자식을 보낸 가정을 도와주는 것도 청년동맹원의 의무 중 하나가 아니겠느냐’고 선동하며 자금 상납을 부추겼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지금 웬만한 청년들은 부모에게 돈을 받아 쓰거나 생활에 쪼들리는데 그들에게 무슨 돈이 있겠는가”라면서 “그러나 이런 사업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으면 추방 대상자 명단에 오를 수도 있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얼마나 바빴으면(급했으면) 청년동맹에 지원사업 임무를 주었겠느냐”며 “이런 가운데서도 일부 청년동맹 간부들 속에서 지원금이나 지원물자를 빼돌린 것이 드러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