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동원된 주민들 방역 감시에 고통 호소… “교화소가 아닌지”

땡볕에서 마스크 2~3개씩 쓰고 일하다 쓰러지기도…당은 불만자 색출하려 주민동향자료 수집

모내기 전투 중인 북한 주민들의 모습. /사진=데일리NK

농촌에 동원된 북한 주민들이 무더위 속 마스크 착용을 비롯한 방역지침 준수 요구와 감시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9일 데일리NK에 “도·시·군 안의 학생들과 주민들이 빠짐없이 매일같이 농촌에 동원돼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무더위에 일하자니 죽을 것같이 고통스러운데 거기에 통제와 감시까지 받으니 숨통이 트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북한은 주민, 학생 등 농촌지원 인원에 맞게 마스크를 공급하고 한 사람이 마스크 2~3개씩 착용하도록 하는 등 방역에 신경을 쓰면서 모두가 농촌지원에 빠짐없이 나오도록 조직적으로 짜고 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방호복을 입고 소독 분무기를 메고 농촌 현장을 돌아다니는 위생검열원들은 주민들을 일일이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이 답답함에 마스크를 내리고 일하는 모습을 보면 그 즉시 지적하고 나서기 일쑤라는 것이다.

실제 현재 무더위 속에서 마스크를 2~3개씩 쓰고 일하는 주민들과 학생들은 ‘숨이 막혀 죽을 것 같다’고 호소하고 있으며, 현장에서는 호흡 곤란으로 쓰러지는 사람들까지 나타나 급히 그늘진 곳으로 이동시켜 심호흡하게 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에 주민들은 ‘교화소가 아닌지 모르겠다’, ‘죄를 짓지 않았는데 죄인 같다’, ‘이 숨 막히는 현실에서 미치지 않고 사는 것이 다행이다’, ‘방역지침이 좀 후퇴했음 좋겠다’고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이를 지켜보는 방역일꾼들과 도내 간부들도 ‘주민들에게 뭐라고 할 상황이 아니지만, 그래도 방역은 지켜야 살아남을 것이 아닌가’라며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다만 이 같은 상황에 북한은 ‘이번 방역대전이 충신과 간신, 역적을 판가름하는 장(場)’이라면서 나라 전체가 시련을 겪을 때 불만을 표출하는 자들을 종합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주민동향 자료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각급 당 조직들에서는 주민들을 모아 놓고 누가 국가나 당에 대하여 어떤 불만을 표출했는지 적어내라고 지시를 내리고 있다”면서 “그러나 주민들은 죽기 직전인데 무슨 말인들 못 하겠느냐고 하면서 오히려 뒤에서 반박하고 있고, 간부들도 눈이 있으니 알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