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독약 부족에 ‘자력갱생 혁명정신’만 강조…내부에선 비웃음도

임시방편으로 소금물·비눗물 내는 일꾼들… "소독약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처지" 비판

의약품을 생산 중인 평안북도 신의주제약공장.(기사와 무관)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소독약 부족으로 감염 차단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27일 데일리NK에 “국가비상방역사령부 지시에 따라 공장기업소들에서는 출근할 때 손을 소독해야 하는데 소독약 공급이 중단돼 문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국경봉쇄로 원료, 자재 수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각종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소독제 생산 역시 녹록지 않은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북한은 소독약 생산에 소금을 이용하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9일 소독약 생산에 필요한 소금 수천t을 평양으로 긴급히 수송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소독약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염소나 다른 화합물을 소금이나 소금물을 이용해 추출 또는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북한 당국은 이런 소독약 부족 사태에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그저 자력갱생만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적인 대안이나 해법을 제시하지는 않으면서 책임을 현장에 떠넘기는 모습이다.

소식통은 “상부에서는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으로 소독약을 보장하라고 지령을 내렸지만, 기업소 일꾼들은 소금물과 비눗물을 (손) 소독약으로 내놓았다”고 말했다. 소독약이 부족한 상황에서 임시방편으로 입을 헹굴 수 있는 소금물과 손을 씻을 수 있는 비눗물을 준비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소금물로 함수해 입안 위생을 잘 지키면 코로나19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선전하고 있다.

또 비누로 손 씻기는 감염병 예방에 크게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코로나19 발병 초기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세균 제거에 효과적인 손 씻기를 크게 강조했었다.

북한 조선중앙TV도 ‘손 씻기와 건강’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적인 재앙을 초래하는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전파를 완화하는데 손 씻기는 효과적인 방지 수단’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소식통은 “이 광경을 보고 많은 노동자는 ‘그러지 말고 바닷물을 떠다 놓지 그러냐’고 비웃었다”며 “자력갱생한다더니 소독약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나라에서 소독약조차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이어 소식통은 “심각한 것은 이러한 일이 공장들에 한한 것이 아니라 학교나 공공기관들에서도 마찬가지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어떤 학교에서는 소독약을 비치해놓았지만, 실제 사용은 못 하고 상부에서 검열할 때만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