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도 의약품 부족… “군인정신으로 견디라” 정치적 처방만

봉쇄·격리에 어려움 호소하는 군인들 탈영도 빈번… "탈영자에게는 전시법 적용하라" 지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7일 “수도에 조성된 보건 위기를 제압하기 위한 투쟁에서 맡겨진 영예로운 임무를 다할 것을 맹세하는 인민군 전투원들의 결의 모임이 16일 국방성에서 진행됐다”라고 보도했다. 김정은 당 총비서는 전날인 16일 의약품 공급이 제때 이뤄지고 있지 않다면서 군을 투입해 약 공급을 하라고 지시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전국에 군대를 투입해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정작 일선 부대 군인들은 의약품 부족으로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 시민 치료를 우선시하는 국가 방침에 따라 뒤로 밀려난 군인들 속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5일 데일리NK 황해북도 군 소식통에 따르면 2군단 지휘부는 구분대별로 병실(兵室) 한 개를 격리시설로 지정해 코로나19 증상이 있는 군인들을 격리해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최전방 부대 공급체계가 무너진데다 코로나19 감염자 발생 이후 선포된 최대비상방역체계에 따라 군이 외부와 철저히 차단되면서 격리된 군인들에게 최소한의 의약품조차 지급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 국방성은 수도 시민들 치료가 우선이라는 내적 방침을 앞세워 의약품 공급의 초점을 평양에 맞추고 있다는 전언이다. 군에도 의약품이 턱없이 부족한 조건이지만 수도 시민들에게 의약품이 제때 유통되도록 하는 데 군을 투입하고 있는 셈이다.

열악한 군(軍) 의료체계에서 수도 시민들에 대한 우선적 약 공급이라는 특별명령까지 내려지면서 군 내부 발열자, 격리자들이 제대로 된 약 처방이나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지금 군단 지휘부 직속 구분대 유열자(발열자)들은 군의소 진단에 따라 병실에서 10일씩 격리돼 있는데 약은 주는 게 없다”면서 “10일 격리하다 나온 군인들에게 2일분 국내산 아스피린 6알과 청심환 2알을 공급한 게 다”라고 했다.

또 다른 군 소식통도 “군의들이 격리병실을 돌면서 매일 격리자들의 상태를 체크하고 있는데 열이 나거나 목이 아파 고통을 호소하는 군인들에게 ‘군인정신으로 견디라’, ‘혁명적 신념이 얼마나 박약하면 그만한 아픔도 못 견디냐’고 사상 교양하고 있다”며 “약이 없으니 정치적 처방만 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병실, 병영에서 같이 침식하는 군인 집체(집합) 생활 특성상 집단감염 확산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수도 시민들보다 더 시급한 건 군인들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군에서는 봉쇄와 격리에 지친 군인들이 탈영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평양시 군 소식통은 “군인들이 탈영했다가 비상방역기동대 안전군에 잡혀서 돌아오는 일이 번번해 인민군대 망신으로 강력하게 처벌하고 봉쇄, 격리 규율을 강화하고 있다”며 “경무(헌병)들도 최대비상방역체계에 따라 평양 시내에서 전부 철수시킨 형편인데 탈영군인들이 계속 늘고 있어 지난 19일부터는 다시 평양시 곳곳에 경무들을 전개 배치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총참모부에서는 각 부대 참모부, 작전부들에 ‘지금 탈영자는 전시도주자로 분류해 전시법을 적용하라’고 지시했다”며 “잡혀 와도 4~5월에 입대한 신입 병사들은 용서해주던 기존 관례는 없어지고 전부 강하게 처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군단에서는 입대한 지 1~2개월 된 신입 병사 10여 명이 배고픔과 발열 증세에 고통을 호소하다 일주일 간격으로 탈영하는 일도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부대 신병훈련소들은 오전에는 정상 일과 집행, 점심 식사 후에는 취침시키라’는 국방성 대열보충국 명령이 군단 지휘부들에 내려져 지난 20일부터 오후에는 신병들을 무조건 취침하게 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