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기·품귀에 의약품 가격 폭등…지난달比 최대 3.5배 ‘껑충’

코로나 시인 후 가격 상승…주민들 “돈이 있으면 약이 없고, 약이 있으면 돈이 없다” 하소연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마스크를 쓰고 평양 시내의 약국을 찾아 의약품 공급실태를 파악하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혜산시의 의약품 가격이 폭등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18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혜산시에서 유열 환자가 급증하면서 의약품 가격도 덩달아 껑충 뛰었다”면서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 발병 소식과 최대비상방역체계 전환에 관련한 지시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14일 전면 봉쇄 조치 전(前) 혜산시 약국과 시장에서는 감기에 걸렸을 때 사용하는 아목실린, 살부타몰, 씨플록정, A.P.C, 기침약 등을 코로나 치료제로 판매하고 있었다.

그러나 12일 북한 매체가 국내 확진을 최초로 인정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8차 정치국 회의 내용을 공개하면서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세균에 의한 감염을 치료하는 항생제인 아목실린(1알) 가격은 950원⭢3300원, 기관지 천식·만성기관지염·호흡곤란 등에 사용되는 살부타몰(1알)은 1300원⭢5000원, 폐렴에 사용되는 씨플록정(1알)은 1100원⭢4000원으로 올랐다.

또 진통 해열제로 쓰이는 A.P.C(1알)는 1200원⭢5000원, 기침약(1알)은 1600원⭢4800원으로 상승했다. 의약품 가격이 최대 3.5배 오른 것이다.

*혜산시 의약품(1알) 가격(북한 원)

NO 약품명 4월 중순 5월 14일
1 아목실린 950원 3300원
2 살부타몰 1300원 5000원
3 A.P.C 1200원 5000원
4 기침약 1600원 4800원
5 씨플록정 1100원 4000원
6 시프로플록사신 2만 3000원 4만 5000원

이 같은 의약품 가격 폭등은 국경봉쇄 장기화로 인해 약 품귀현상이 벌어진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또 최대비상방역체계 선포 이후 장사꾼과 간부, 돈주들의 의약품 사재기도 한몫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앞서 15일 당 중앙위 정치국 비상협의회에서 전국적으로 의약품 취급 및 판매에서 나타나는 여러가지 부정적 현상들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북한 내 의약품 사재기와 불법 유통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 주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혜산시 주민들은 14일 전면 봉쇄 조치에 약을 구입할 수도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봉쇄된 다음날인 15일 고열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늘자 혜산시 비상방역 연대에서 그나마 약을 구매할 수 있도록 1시간 이동 승인 조치를 취했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는 후문이다. 즉, 의약품 품귀현상으로 구매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주민들 사이에서는 “돈이 있으면 약이 없고, 약이 있으면 돈이 없다”는 하소연이 계속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코로나로 시달리는 주민들이 급증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독감기와 같으니 감기약을 복용하라’, ‘버드나무 잎을 달여 먹으라’는 황당한 지시만 내리고 있다”면서 “무기력한 (당국의) 행태에 불만을 품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무상치료제가 유명무실해지면서 병원에 가도 진단만 받을 뿐 의약품이 없어 주민들은 시장을 통해 의약품을 자체로 해결해 왔다. 이런 북한 의료체계의 부실함이 이번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중국에서 의약품을 들여오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으나 이 또한 지방 주민용은 아닐 것(평양 우선 공급)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군(軍)에 의약품 공급이라는 특별 임무를 하달했지만, 군 간부들의 부정부패로 이 또한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