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자 ‘1호 행사’ 참가…열병식 후 평양상대서 집단감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일 “김정은 동지께서 5월1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경축 열병식을 성과적으로 보장하는 데 기여한 평양시 안의 대학생, 근로청년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보도했다. /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내부 코로나19 감염자 발생 사실을 인정한 가운데,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1호 행사에 감염자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면서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다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소식통은 13일 데일리NK에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에 감염된 대학생들이 1호 행사에 참여한 일이 보고됐다”며 “이 때문에 감염 사실을 숨기지 않고 관련 내용을 공식화했다”고 전했다.

북한 매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을 성과적으로 보장하는데 기여한 평양시 대학생, 근로청년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대학생들 가운데 코로나19 감염자가 있었고, 무엇보다 김 위원장과 밀접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어 북한이 감염자 발생 사실을 공식화하고 대응에 나섰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북한, 1호 행사서 방역 구멍 생기자 숨길 수 없는 문제로 판단

김 위원장이 참석하는 1호 행사에서 감염자를 걸러내지 못한 것은 최고지도자의 신변 안전 문제와 직결된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북한은 이를 심중한 문제로 보고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정확한 책임 추궁과 원인 파악,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사실을 공개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전국을 봉쇄하면서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못하면 가뜩이나 부글거리는 민심이 더욱 동요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공개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주민들은 생계에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지역을 봉쇄한 당국의 조치에 상당한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이를 경험한 바 있는 북한 당국으로서도 별다른 이유나 설명 없이 전국적으로 강력한 방역 정책을 펼치기에는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에 북한은 당 차원에서 코로나19 감염자 발생을 인정하고 공식화하는 것이 민심 이반을 방지하면서 방역 정책을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것도 주민들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전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열병식 후 최초 집단감염은 장철구평양상업종합대학에서 발생

앞서 12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5월 8일 수도의 어느 한 단체 유열자(발열자)들에게서 채집한 검체에 대한 엄격한 유전자 배열 분석 결과를 심의하고 최근에 세계적으로 급속히 전파되고 있는 오미크론 변이 비루스(바이러스) ‘BA.2’와 일치한다고 결론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어느 단체에서 발열자가 나왔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소식통은 열병식 이후 ‘장철구평양상업종합대학(평양상업대학)’에서 가장 먼저 집단감염 사례가 나왔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내부적으로 처음 확정된 유열자들은 평양상업대학에서 나온 10여 명으로 보고 있다”며 “중구역 바닥대열 가두 인민반 대상 20여 명도 감염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소식통은 “1호 행사 사진을 찍은 평양시 대학생 중 비교적 수도와 가까운 지방에 집을 둔 이들이 상으로 5~7일 휴가를 받아 다녀왔고, 지역은 평안남도, 평안북도, 황해남도, 황해북도, 남포시 등”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감염자와 접촉한 이들이 여러 지방을 다녀오면서 전국적으로 바이러스가 퍼졌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실제 조선중앙통신은 13일 “4월 말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이 전국적 범위에서 폭발적으로 전파 확대돼 짧은 기간에 35만여 명의 유열자(발열자)가 나왔으며, 그중 16만 2200여 명이 완치됐다”고 보도했다. 현재까지 18만 7000여 명이 격리 및 치료를 받고 있고, 오미크론 확진자 1명을 포함한 6명이 사망했다고도 전했다.

북한 코로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전국의 모든 도·시·군을 봉쇄하고 사업단위, 생산단위, 생활단위 별로 격폐시키며 전 주민 집중검병을 보다 엄격히 진행하여 유열자(발열자)들과 이상 증상이 있는 사람들을 빠짐없이 찾아 철저히 격리시키고 적극적으로 치료대책하기 위한 긴급조치들이 강구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 사진=노동신문·뉴스1
“확진자와 가족은 임시 격리 시설로”…평양상업대학 학생들은 전수조사

북한은 현재 감염자와 그 가족들을 격리하고, 평양상업대학 학생들을 전수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확진자는 평양에 국가 임시 격리 시설로 이송됐다”며 “학생의 가족은 전부 자가 격리됐다”고 했다.

북한은 ‘혁명의 수도’에 코로나 관련 시설을 둘 수 없다는 방침에 따라 그동안 평양에 격리 시설을 두지 않았으나 이번 사태로 평양에 격리 시설을 신설한 것으로 보인다. 위치는 평양 중심구역보다 외곽일 가능성이 크다.

소식통은 “확진자가 나온 단체에는 의료 이동차를 들여다 세우고 전 인원 대상 종합 검병검진 진행 중”이라며 “14일까지 검사를 마치고 종합 보고를 해 비상방역법 등급에 따른 구체적 행정 집행 질서를 따로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건물, 실내 물건 전부 액체 분무, 연기소독이 진행됐다”며 “확진자가 나온 공공건물은 소독 후 10일간 집중소독 반복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덧붙였다.

감염자는 업무상 중국 다녀온 무역일꾼의 조카로 밝혀져

한편, 이번 코로나19에 감염된 학생은 중국을 방문한 이력이 있는 친척으로부터 전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무역회사 지도일꾼의 조카가 평양상대에 다니고 이번 열병식 바닥대열 행사에 참가했다”며 “그는 단기간 중국에 다녀왔고 세관 종합물류 처리 관리에 관한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감염자는 업무상 중국을 다녀온 친척에게서 전염된 뒤 1호 행사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해 북중 교역 거점인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는 지난달 25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봉쇄됐으며, 북한은 나흘 뒤인 29일 북중 화물열차 운행을 중단했다.

소식통은 “무역일꾼은 신의주 한곳으로만 무역을 진행하라는 당의 방침을 어기진 않았고, 본인(학생)이 해외를 다녀온 것도 아니어서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떤 비판을 받거나 법적으로 조치되지도 않았다”고 했다.